순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순간



새벽에 일어나 먼 바다를 보면

시간이 어디쯤에서 오는지 보인다


뱃고동 소리로 느닷없이 다가온

세월을 뭉텅 항구에 떨궈 놓고

뒷모습만 남긴 채 떠나간다


언제나 오늘은 수평선 너머에서

알토란 같은 얼굴을 쏘옥 내밀고

씩씩하게 양팔을 휘젓고 온다




순간순간이라는 말이 갑자기 소중해졌다 늘 그러려니 하는 장송에 대한 애정이 새삼 솟아나기도 하고 잊고 있던 친구의 얼굴이 보고 싶기도 하고 이젠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울컥 가슴이 아파오기도 한다

순간순간 정말 잘 살아냈을까 돌아볼 때마다 남는 미련을 변명으로 덮어 앞으로 나아가기에만 급급하지는 않았던가 순산순간이 채곡채곡 탑으로 쌓아 올려 오늘의 내가 되고 나의 전부로 남아 있다 시간을 머릿속에 담아 둘 수는 있다 그립고 행복하던 순간들을 되새기는 것은 거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꺼내 보고 보내고 꺼내 만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위로를 받을 수는 있다

물소리에도 새소리에도 흐르는 구름도 바람도 지나가는 시간을 담고 있다 흘러가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들 사이에 순간순간 별처럼 빛난다 멈출 줄 모르는 시간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천천히 가고 싶어도 날이 갈수록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 행동이 느려져서 하나의 일을 완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따라서 나이가 들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낀다고 똑똑한 친구가 말한다

그려그려 니말이 다 옳아 그래도 나는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어 멈추지는 말고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흘렀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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