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싱크대 문짝에 가는 선이 내려와 앉았다

선을 바라보면서 그 시작을 찾는다

한가닥을 찾으면 또 다른 한가닥이

어디선가 나타난다

선은 점점 많아지고 선들이 모여 빛이 된다

빛이 모여 얼굴이 되고 사람이 되고

무수한 선들이 겹쳐진다




살면서 참 많은 실루엣을 본다 살면서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그러다보니 대략의 선을 통해 사물을 판단하기도 한다 선은 경계가 되기도 하지만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선을 넘으면 안되는경우도 있고 선이 있어야 어떤 형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선은 부플어 오르면 원을 만들고 곧게 뻗으면 직선을 그린다 선이 만드는 세상을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고 다양하다 숲도 가만히 보면 원형을 만들면서 어둠을 기른다 그 원형을 따라가 보면 결국 나무잎들이 그늘을 만들면서 생긴 원이었다

선을 지킨다는 말은 왠지 품위가 있어 보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배려와 예의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주를 살아가면서 인간이 인간에게 해야하는 예의범절도 있고 자연에게 지켜야 할 선도 있다

자연의 실우엣은 한 순간도 똑 같은 모습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낸 실루엣은 정형화 되어 있다 살다보면 정형화가 꼭 좋은 것도 다 나쁜 것도 아닌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똑 같은 크기의 오렌지를 보면서 호박을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나온듯 식물도 그렇게 키우는 것이 어쩌면 조금은 무서운 생각도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