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by 김지숙 작가의 집

구름




느긋한 마음으로 수평선에

집을 지었나 했더니

허공에 그 자리 내어주고는

단숨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침묵할수록 짙어지고

바라보면 흔들리는 갈잎처럼

나 여기서 잘 지낸다고 말하고는

산책하듯 떠나간다




동해 수평선 위에 구름들이 샊이 다르게 떡모처럼 쌓였다가는 일순간에 사라진다 켜켜이 조금씩 다른 푸른색과 회색 을 넣어두고 해뜨기 전에는 가는 빛까지 가세하면 정말 이곳에 살면서 눈으로 보지 않으면 결코 믿을 수 없는 구름의 변신술에 기가 막히고 그 변하는 멋진 모습들에 감탄하며 보게 된다

구름바라기를 즐기긴 했지만 이 장소만큼 편하게 구름을 바라볼 수 있을까 사람들이 왜 굳이 오션뷰를 택하는지 알 것 같다 평생을 살아도 나쁘지 않을 광경들을 보면서 다른 사소한 불편함을 제한다 풀잎처럼조용히 흔들리기도 하고 멋진 솜사탕을 만들기도 하고 어느 한순간 일정한 형상을 드러내지 않는 부지런함이 기가 찬다

마음껏 제 하고싶은대로 변하는 모습을 가진 자연은 구름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이곳저곳을 살피며 누가 잘 사는지 누가 힘이드는지 어디가 아픈지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면서 한껏 허공을 헤집고 나디는 나이를 먹지 않는 청년같다

가만히 보면 구룸도 처음 생겼다가 넓게 퍼지면서 일순간 허물어지는 생노병사의 단계를 거치는 듯 보인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지도 모른다 움직이지 않고 변화가 없다면 지루하고 숨이 막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름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는 능력을 가진 눈에 보이는 존재가 어디쉬울까 그것도 늘 당당하게 하늘에 존재하며 아무리 낮게 있어도 사람들이 우러러본다

그렇다고 구름은 교만하거나 잘난체 하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우러러기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봐도 어떤 모습을 해도 구름의 변신은 낯설지만 좋아하게 된다 오래 바라보면 내가 구름인지 구름이 나인지 잊고 있을 때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