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제가 불현듯 떠난 자리에
물빛 옷을 입고 오늘이 온다
멀리 수평선너머에 반쯤 걸린
여름 해는 젖지도 식지도 않고
단숨에 일어선다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들은
그 자리에서 다시 오늘이 되고
조금씩 자라는 연잎 어디쯤엔가
시간을 묶어두고 싶은 아침
세월이 참 빨리도 흐르고 시간이 쏜살같다는 말이 딱 맞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나이 속도로 시간이 흘러간다는 말은 판단도 행동도 굼뜨게 되니 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들고 상대적으로 적은 일을 하고 하루가 지나간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아무리 기쁘고 좋은 시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을 붙잡을 수 없고 반드시 어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어제는 오늘에게 오늘은 내일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진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의 위력이라는게 살아 숨쉰다는 것을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침이면 하루를 선물받는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더군다나 이렇게 맑은 고음을 내는 새들이 테라스에 와서 잠을 깨워주는 곳이 또 어디있을까 가만히 들어보면 크고 작은 정도는 있어도 새소라들은 참 예쁘다 심심찮게 와서는 뭐라고 뭐라고 유리창 너머의 내게 쫑알댄다 문이라도 열면 제집처럼 들어올 기세다
시간을 묶어두고 싶은 아침이다 하지만 이 아침은 다시 어제가 되고 또 다른 오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 드는 날들이 늘어간다 나이탓인지 환경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느긋하고 여유있고 좀더 고려하고 배려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봐야 새들과 나눠 먹고 사는 정도이지만...그래도 괜찮다 새들이 소나무 잣나무가 열매를 달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다른 생각이 날 틈이 없다 잘 살고 있다고 내가 내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