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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 쑥국

by 김지숙 작가의 집

도다리쑥국


해마다 봄이면 낚시를 간다

던지기가 무섭게 올라오는 졸복 새끼들

도다리는 구경도 못하고 섰는데


낫 들고 물 일하러 가다 말고

지켜섰던 촌부 왈


'이 자갈 마당에는 도다리 없소


바짓가랑이 조금 걷고 들어가 보소

졸복이 알 낳느라 복꽃이 반발했는기라

몰라 도다리는 모래밭에 있제 여서는 힘들제

고마 저어기 만수 식당 가서


도다리 쑥국 한 그릇 사 드소'



봄에 낚시를 가는 이유는 도다리를 잡아 향긋한 새 쑥을 넣은 쑥국을 먹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봄낚시의 목적은 도다리쑥국에 둔다 한 때는 봄이 아니라 거의 매주 거제도로 낚시를 갔다

늘 가는 장소에 늘 낚싯대를 던지는 포인트에 앉아있으면 몇 번 안 가서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보고 와서는 이런저런 훈수를 던진다

이 날도 도다리를 낚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곳으로 향했다 몇 시간을 낚시하지만 역시 올라오는 건 졸복 새끼다 손질을 못하고 성가스러우니 잡으면 바로 바다로 돌려보낸다 '그때 그 고기는 없다' 이 말은 만고의 진리다 잡았다는 월척 도다리는 구경도 못하고 있던 참이다

이때 마침 동네 사람들이 자연산 해산물을 건지느라 낫을 들고 지나간다 사실 이런 광경을 처음 보면 꽤나 공포스럽다 하지만 낫이 저들을 먹여 살리는 도구라는 생각을 하면 그 마음은 사라진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듣기만 하고 섰다 정말 졸복들이 많긴 많다는 생각에는 공감했다. 어떤 낚시꾼들은 새끼 복어가 올라오면 먹지도 않으면서 바닷가에 던져버린다 이곳에도 죽은 졸복 새끼들이 많이 흩어져 있었다 멀리서 그 광경들을 보고 서 있었나 보다

새끼 졸복을 버리는 낚시꾼 옆에 서서는 '왜 새끼 복어를 버리느냐며 안 먹으면 살려 보내라 자라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 라며 말한다 죽은 복어 새끼는 고양이도 안 먹는다면서...

언제나 새끼 물고기는 살려 보내는 낚시 철칙을 지키니 우리 옆에 와서는 달리 할 말이 없었던지

<도다리 쑥국 한 그릇 사 먹으라>는 말을 한다 솔직히 발을 걷고 들어가서 새끼 복어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장화를 신고 들어가도 될 만큼 물이 얕지 않은 것 같아 들어가지 않았다


한 때 자주 가던 거가대교가 바로 보이는 상류 마을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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