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구 배롱꽃木百日紅
쌍분으로 모신 부모님 묘소 양 옆에 배롱나무 한 그루씩 심어
놓았더니
몰래몰래 서로 마주 보며 간지럼 꽃피우는 두 분의 연분홍빛
웃음소리
옛 애정표현의 재현인가 불로영혼의 부활인가 간질간질 다닥
다닥 열려
성하 칠팔 구월 백날 동안 끊임없이 소곤소곤 속삭이는 사랑
을 꽃 피네
-정대구 배롱꽃木百日紅
부귀라는 꽃말을 지닌 배롱나무는 개화기간이 길어 목백일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한송이의 꽃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꽃송이들이 계속해서 피고 지는 데서 얻은 이름이다 장마와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피고 지며 손톱으로 긁으면 작은 자극에도 움직이는 듯 보여 간지럼나무 제주에서는 저금타는 낭’이라고도 하고 추위에 약해서 봄에 새순이 늦게 나온다고 하여 양반나무라고도 한다 배롱나무는 줄기가 매끄럽기 때문에 세속의 습성욕망을 다 떨쳐버린다는 의미로 종택이나 서원 절간 음산한 분위기를 몰아내기 위해 묘지목으로도 심는다
시에 화자는 부모님의 묘지에 배롱나무를 쌍으로 심었다고 한다 그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처럼 간지럼을 태우듯 죽어서도 두 분이 사이좋게 서로를 바라보며 지낸다고 생각한다 무덤가에 핀 배롱나무의 꽃은 연분홍빛 웃음소리와 동일한 색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만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 방법으로 배롱나무를 심기로 한 화자는 부모님에 대한 뿌리 깊은 사랑을 두 그루의 나무로 표상한다 이러한 의미를 담은 배롱꽃은 화자의 삶에 긍정적인 힘이 되고 보다 나은 존재로 향해 나아가는데 힘이 되는 한편 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담아내고 있다
일부 신비론자에 따르면 분홍색은 살의 색이기 때문에 부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배롱꽃은 바리데기신화 속의 살살이 꽃을 연상하게 한다. 두 분은 무덤 속에 있지만 배롱나무 두 그루로 부활하여 무덤 밖에서 배롱나무로 부활하여 다시 사이좋은 모습으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화자의 내면 깊이 잠재된 마음이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분홍색은 따뜻하고 편안함 친절함 조건없는 사랑과 관용을 지닌 로맨틱함을 상징하는 색이다. 시의 화자는 생전에 두 분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쌍분으로 재현하는가 하면 배롱나무 두 그루를 심어 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