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 무악재 무연가
보내는 이 없었으니
오는 이인들 있겠으며
오는 이 없으니
맞을 이인들 있겠는가
무악재는 이별이 없는 고개
이별이 없었으니 만남인들 있겠으며
만남이 없으니
기다림인들 있겠는가
부질없어라 기다림으로 피고 지는 능소화
백날을 기다림으로 피어 있으면 뭘 하나
오는 이 가는 이 없어
이별 없는 고개가 무악재인 것을
-박진환 무악재 무연가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의미를 지닌 능소화凌霄花는 장원 급제한 사람의 화관에 꽂는 꽃이다 양반들이 좋아해서 양반꽃 금등화 어사와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조선시대 평민의 집에는 어사화를 심지 못하게 했다 평민은 어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꽃은 각기 다른 색채를 지니는데 꽃이 지닌 색채상징은 주로 각각의 색이 내포한 특성이 직관적으로 지각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는 상이한 문화 집단 개인 사이에도 다르게 인식되며 전통적인 색채인식과도 관련이 있다 시에서 능소화는 주황색 꽃이 핀다 주황색은 흔히 불꽃 자존심 야망과 관련되며 능동성 집중성에 상응하는 동화과정을 드러내는 색 중의 하나이며 따뜻함과 호기심 갈등을 이완하는 온화함을 상징하지만 때로는 불안을 유발하고 경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무상無常이란 덧없음을 일컫지만 본래부터 변하지 않는 만물은 없다 억겁의 인연으로 현재가 있고 현재의 행각으로 미래의 인연이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는 불교의 가르침에서 왔다 모든 행은 덧없어 흥하고 쇠하는 법이라 하네(법구경 무상품)라고 하여 인생이 부질없다는 결국 아무 결과도 볼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즉 시의 화자는 무악재에서는 더 이상 보내는 이 없으니 오는 이 없고 오는 이 없으니 맞을 이 없어 이별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말하고 이러한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고 어떤 얽매임도 없다는 이치를 터득하게 된다.
또한 시의 능소화는 이러한 인간사에서 오는 만남과 기다림을 초월한 존재로 표상된다 만남도 이별도 이미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은 채 반복적으로 피고 지는 것에서 오고가는 이 없어 기다릴 일 없는 무학재와 능소화 그리고 화자의 마음은 일체화된다 기다림은 인간에게 중요한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
희망 염원 기도 이러한 의미들은 기다림 없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기다림에는 속박이 있어 자유가 제한된다 한 기다림이 끝나면 또 다른 기다림이 기다리는 그래서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 되기도 한다 이를 잘 아는 화자는 무학재와 능소화를 통해 기다림의 무의미함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