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 그 여인

by 김지숙 작가의 집

안광석 그 여인



진초록 연잎 속

궁궐에 앉아 있는

고고한 연꽃 한 송이

백옥처럼 하얀 자태

선망의 대상이다

산들바람에 그네를 타며

매혹의 향기를 뿜는다

보다 못한 뭉게구름

살포시 연잎에 머물자

연꽃은 부끄러워

한잎 두잎 얼굴 가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안광석 그 여인




동양의 연꽃은 우주적 순례를 상징하며 본질이 실현되는 서양의 장미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집트에서 연꽃은 초기 생명현상 고대에는 만장일치 중세에는 심장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연꽃은 불교를 대표하는 꽃이며 처렴상정(處染常淨)을 의미하며 화엄경전에서는 향기 고결 맑음 깨끗함 네 가지 덕으로 언급한다탐욕으로 얼룩진 세간을 살아가는 중생에게 무명을 걷어내고 네 가지 덕목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꽃은 더러운 곳에 있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꽃이 필 때 씨방이 같이 자라 과거 현재 미래의 인과를 한 공간에 연결하고 아무리 오래된 씨앗도 인연이 되면 다시 꽃피운다는 의미에서 오래전부터 불교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불교에서는 구름 위에 연꽃 연꽃 위에 부처가 앉아 이들을 한 공간에 두기도 한다 영산회상에서 가르침을 전한 부처의 연꽃 한 송이가 가리키는 의미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진리 즉 염화미소拈華微笑를 나타낸 매개물로 이 역시 연꽃이다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연꽃은 대체로 구름이 한 공간에 머물러 있는 풍경을 자주 접하는데 이 연꽃은 북한의 황해남도 안악군에서 6세기에 축조된 고구려 벽화고분에서도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추려볼 때 변화무쌍함과 비옥함 예언 등의 의미를 지닌 구름은 생과 사 유형과 무형의 중간상태 자유자재한 현상을 지니는 존재로 구름은 연꽃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로 부각된다

연꽃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꽃이지만 시에서는 특별히 화자와 인연이 닿아 화자의 눈에 든다 백련은 그 잎은 푸르고 꽃색은 아름다워 깨끗한 몸과 마음에 비유된다 시에서 연꽃은 화자가 그리는 여인화되어 있고 뭉게구름은 연꽃을 좋아하는 화자 자신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프로이트는 몸이 작동하는데 에너지가 필요한 것처럼 마음이 움직이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에너지는 리비도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몰고 가는 심리적 에너지(왕은철)로 표현된다 그 에너지의 상관관계를 시에서는 연꽃과 구름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바로 눈앞에 보이지 않는 여인에 대한 그렇지만 분명히 머릿속에 존재하는 대상을 향해 유한한 심리적 에너지를 화자는 눈앞의 자연 정경을 통해 쏟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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