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자연4

by 김지숙 작가의 집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

죽어 물이나 되어서 천천히 돌아가리

돌아가 고향하늘에 맺힌 물이 되어 흐르며

예섰던 우물가 대추나무에도 휘감기리

살던 집 문고리도 온몸으로 흔들어보리

살아 생전 영영 돌아가지 못함이라

오늘도 물가에서 잠긴 언덕 바라보고

밤마다 꿈을 덮치는 물꿈에 가위눌리니

세상사람 우릴보고 수몰민이라 한다

옮겨간 낯선 곳에 눈물 뿌려 기심 매고

거친 땅에 솟은 자갈돌 먼곳으로 던져가며

다시 살아보려 바둥거리는 깨진 무릎으로

구석에 서성이던 우리들 노래도 물속에 묻혔으니

두눈 부릅뜨고 소리쳐 불러보아도

돌아오지 않는 그리움만 나루터에 쌓여갈 뿐

나는 수몰민 뿌리채 뽑혀 던져진 사람

마을아 억센 풀아 무너진 흙담들아

언젠가 돌아가리라 너희들 물 틈으로

나 또한 한많은 물방울 되어 세상길 흘러흘러

돌아가 고향하늘에 홀로 글썽이리

-이동순의 <물의노래1-새도 옮겨앉는 곳마다 깃털이 빠지는데>전문-



이동순의 <물의 노래1>에서의 화자는 정부의 조치로 수몰지구가 된 고향을 생각하면서 마음 아파한다 수몰지구를 고향으로 둔 사람들이 갖는 아픔을 세상에 알리고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시이다 시의 화자는 현실의 아픔을 초월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수몰민으로 노래하면서 현실의 한계를 초월한다 수몰민의 희생으로 생산된 여러 가지 자원들은 도시로 수송되어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강의 오염과 자연 생태의 파괴로 사람 물고기 새까지 살 수 없게 된다 그밖에도 수몰지구를 제재로 노래한 이동순의 <물의노래1-새도 옮겨 앉는 곳마다 깃털이 빠지는데> 이수익의 <수몰지구> 등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 현대시에 나타나는 자연은 첫째 순환과 회귀의 본성을 드러내는 자연의 경우 만물이 제자리로 돌아감과 같이 모든 생명체들을 자연 상태로 되돌려주고자 하는 회귀성이 나타난다 둘째 파괴된 자연은 나아가 인간생명의 파괴와 직결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파괴로 이어진다는 에코토피아의 실재를 추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생명의 파괴성을 보이는 자연은 죽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그 죽음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죽음과도 연결된다 생명성 가운데서 생존위기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려는 영속성을 표방한다 자연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훼손되며 물 고기 나무들이 죽고 세상은 황폐한다 사람들은 자연환경오염과 공해문제 평화를 잃고 죽음을 향해 항진한다 인간 해악은 이미 자연이 그 자정능력을 잃었다 물 공기 땅뿐만 아니라 인간 스스로를 훼손하는 어리석음을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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