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진 시집『그믐달 마돈나』를 중심으로
환상적 리얼리즘의 미적 층위
-위상진 시집『그믐달 마돈나』를 중심으로
초현실주의자는 꿈을 통해 인간과 우주를 인식한다 그들은 인간의 내면을 중시하는 한편 이성 합리성을 부정하고 무의식 환상 꿈 등과 같은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추구하면서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절대 현실이라는 초월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프로이트는 꿈의 동기를 소망으로 꿈의 내용을 소망의 충족으로 단정한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꿈은 이성의 절제에서 풀린 억압된 욕망이 분출되는 혹은 원시 인류의 표상이 발현되는 공간이다 꿈에서 대상을 통합하거나 심상을 합체하면서 기존의 가치나 형태를 왜곡하고 변형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그곳에서 때로 더욱 낯선 자신과 만난다 초현실주의 시에서 꿈은 무의식에 잠겨 있기를 바라거나 혹은 이와 유사한 정신 상태의 이미지를 포착해 언어로 표출하는 매개가 된다
위상진 「밥」
그대, 사막에서 사라진 생떽쥐베리를 만났나요
죽을 때까지 내려앉지 못하는
칼새처럼 어린이날 에어쇼를 하다
검은 프레임 밖으로 빨려들어 간 블랙이글
아빠의 사진 앞에서 경례를 하는
일기장엔 검은 독수리가 그려지겠지요
빈자리, 밥상에 올려놓은
정갈한 흰 밥 한 그릇
살아남은 자가 드리는 선물이며 제물인
말없는 밥
나는 어머니께 아픈 밥이고
네게 먹히는 밥이고
인간에게 환상이란 실현되지 못한 자아나 욕망이 전복과 실현을 반복하면서 변형적 상태로 구현된다. 무의식의 환상은 내재된 현실이 무의식의 시각화 과정을 거쳐 현실의 사물로 비교적 구체화 하여 나타난다. 이는 그의 시「밥」에서 볼 수 있다 사라진 생떽쥐베리 죽을 때까지 내려앉지 못하는 칼새 아빠의 사진과 같은 꿈과 환상 논리와 비논리인 표현의 이중적 특성이 함께 나타난다
때로는 음식과 같은 매개물을 통해 독창적 환상성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의 시에서 음식은 내면의 무의식을 현실로 표출하는 매개가 된다. 하지만 내재된 현실은 무의식과 같은 초현실성을 지니므로 현실로 표출된 사물일지라도 마땅히 환상성을 지니며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비이성적 영역으로 또는 비선형적 재현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무의식적 개념과 우연성을 중요시 여기는 즉흥적 우연의 한 방법을 택하는 과정에서 반전 예측불후와 같은 초현실성을 드러낸다 이는 시에서 생떽쥐베리 칼새 아빠의 영정 사진 밥에서와 같이 서로 다른 형태와 의미를 지닌 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체끼리 한 자리에서 모여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콜라주 방식을 취하는데 이로써 시각적 이미지 뿐 아니라 슬픔이라는 공통된 감정을 전달한다
대상을 향한 사실적 이미지 ‘밥’은 무의식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진입하는 매개가 된다. 전혀 이질적 사물의 나열에서 불현듯 출현하는 밥은 내면적 차원에서 현실적 차원으로 불쑥 튀어 나와 화자 앞에 현존하는 밥이 된다 또한 친근한 사물 속에서 유발되는 부정적 이미지가 섬세한 표현과 더불어 오히려 두려움과 공포 무서움을 포착해내고 이로써 사물의 낯설음을 들여온다
흔히 먹는 흰쌀밥 사진은 어두움이라는 무거운 감정을 사물로 표현한다 무감각한 느낌에서 한층 더 어두운 현실 속으로 끌려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사물에 대한 가치관에서 벗어나 충격을 준다 화자 스스로의 내면을 향하여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의 이미지를 엄습된 우울하고 섬세한 어둠의 분위기로 변화하면서 본질적이며 현실적 삶의 결핍을 재차 확인하는 심리적 다중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시에서 화자의 인식속에 드러나는 밥은 꿈과 기억 회상 등과 유년의 환상 등이 무의식 속에서 새로운 상황을 만나 우연히 표출되었지만 이러한 흰색과 검은 색처럼 무채색으로 일관되는 환상을 재현한 꿈의 사물인 밥은 비논리적이고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초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현존적 사물로 환상성을 발현하는 매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