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진론 「달콤한 식탁」

by 김지숙 작가의 집

「달콤한 식탁」


그에게 식사는 임종 의식과 같았다

중세시대 영주들은 독살을 피하기 위해

시식 시종을 두었다고 한다

시식 시종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살았다

연한 양고기 살을 맛볼 때마다

두려움은 그의 혀를 마비시켰다

그는 독을 이겨내기 위해

날마다 조금씩 비소를 먹었다

식탁위의 죽음이 불꽃처럼 피어오를 때

그는 일렁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않았다

비소에 익숙해진 그는

강하게 살아남았다

냉장고에서 감자가 싹을 틔우는 동안 네 몸에서 물기가 빠져 나갔지 감자는 어둠 속에서 독이든 보랏빛 눈을 밀어 올리며 제 몸을 독으로 바꾸어 갔을까? 소화되지 않은 말들은 위경련을 일으켰지 커튼을 젖히며 신들의 이름을 불렀지 뼈 없는 고등어가 택배로 왔다 몸통만 가지런한 진공포장은 손에 쩍쩍 달라붙었지 군청색줄무늬 머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흐르는 물에 세심한 붉은 살이 녹고 식탁에서 주검이 달콤해지고 있다




미의 근원은 미추의 두 개념으로 정의 내리는데서 시작된다 미는 질서 조화 문명과 보편 불변의 안정적 원을 이루는 한편 추는 개별적이고 비정형성과 같은 이질적이고 대립적 속성이 뒤섞인 것에 비유된다 시「달콤한 식탁」에서는 살기 위해 먹는 식사와 임종의식을 치르는 식사를 동일시 여기는 양가적 감정이 나타난다 연한 양고기 살과 두려움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사는 시종 독소를 뿜어내는 감자 진공 포장된 오염된 곳에서 온 고등어 등은 겉으로 보기에는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실상은 진실이 왜곡되고 변형된 음식이라는 현대 사회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함을 표출한다 이 과정에서 제 몸을 독으로 바꾸어 간 감자처럼 현실을 교란하고 뼈 없는 고등어처럼 현실을 분절하고 독이 든 음식을 먹는 시식 시종처럼 현실을 위장하는 가운데 기존의 삶의 행위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식사인 음식 양고기 등은 어둠의 그림자와 더불어 죽음에 더 가깝다

시에서는 이들을 낯설게 만드는 동시에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억압된 것에서 귀환한다 한편 시의 음식 양고기 감자 고등어 등은 전혀 이질적 형태의 식재료로서 이들은 재료 상태에서는 서로 단절된 이미지이지만 주검이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서 서로 한 공간에서 병치되어 있다

이들 음식의 병치와 열거는 어둠을 향한 환상적 이미지를 부르는 한편, 죽음이라는 착시를 유도하여 현실과 환상을 잇는 매개로 표현된다. 이로서 현존하는 음식이지만 현실과는 먼 거리에 두고 있으며 현실에 속하지만 환상 세계에도 무한히 속하는 그러면서 현실에서 왜곡되고 변형된 모습으로 존재하면서 현실 속에서는 우연성과 비현실이라는 반전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비논리적 상황 속에서 절대 현실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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