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by 김지숙 작가의 집

노부부



펜션 들머리 건너편에는 이곳 토박이 노부부가 산다 닭이며 오리들을 마당에 내놓고 키우는데, 딱 한번 이들 부부를 본 적 있다 두 사람 다 적어도 90살은 훌쩍 넘어 거의 100살 가까이 보였다 비쩍 말랐지만 흰 머리칼을 한 깔끔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마당에 나와 걷는데, 혼자서는 걷지 못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뒤뚱뒤뚱 걸었다

남자가 힘든지 여자가 힘든지는 잘 모를 정도로 서로를 의지하며 마당에 널린 빨래들을 걷고 오리에게 먹이를 주고는 들어간다

저 정도 연세에 저렇게 행동할 정도면 도시에서는 요양원으로 갈 법한데, 의좋게 함께 붙어서 움직이고 느리게 꿈틀꿈틀 걷는다 달리 생각하면 저렇게 사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연리지처럼 딱 붙어서 서로를 의지하며 밥 먹고 빨래하고 오리 먹이도 주면서 천천히 걸으며 살아간다.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 중 가장 노화된 모습을 본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산 사람을 텔레비전에서 외에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측은하다든가 안됐다기보다는 그냥 주변의 환경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예전에는 그리고 아직도 시골에는 홀로 살거나 노부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일부는 자식들 사는 곳으로 옮겨가서 빈집으로 남아 있기도 하고 요양원이나 병원으로 가기도 한다 다 같지는 않겠지만 이런 노인들의 일부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원한다고 들었다

언제까지 길 건너 노부부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렇게 함께 늙어 가는 노부부의 모습은 오래 묵은 나무, 노거수를 만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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