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둥지

by 김지숙 작가의 집

까치둥지



지붕과 베란다 사이의 지붕 위에서 작은 새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새둥지가 있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보름 전 아니 한 달 전부터 까치떼가 유난히 지붕 위를 부지런히 오가면 뭔가를 입에 물어 날아들었다 투명한 베란다 지붕 위를 걸어 다니기도 하고 떼를 지어 창 앞에 날기도 했다.

살면서 새를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보기는 처음이다 그것도 새의 아랫도리를 확실히 대면하기는 처음이다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 베란다 위를 바라보면 새의 아랫도리가 너무 확연하게 보인다 베란다 주변의 새똥 세례를 받아들일 각오를 해야 한다

최근 태풍이 불면서 박공으로 만들어진 지붕의 일부가 떨어져서는 베란다 지붕 위를 덮었다. 집주인에게 수리를 부탁했지만 집주인이 미국 살아서 시간이 걸린다고 관심이 1도 없는 것 같은 말을 관리인에게 전했다고 한다 뭐 오래 살 것도 아니고 내 집도 아니고 하며 애써 태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것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그 박공지붕이 떨어진 자리에 새들이 집을 짓고 알을 낳은 모양이다 작은 새소리들이 끊임없이 나고 까치가 오락가락한다. 보이지 않으니 소리로 짐작만 할 뿐이다 유리 바닥을 짚고 드나드는 소리에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서 베란다로 나가보기도 하고 살펴보기도 했지만 결국 그래도 무사히 잘 자라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러다가 흥부처럼 제비처럼 박 씨를 물어다 주는 까치가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집주인의 무성의함이 낳은 곳에 집을 지은 까치의 보금자리.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라는 장자의 도를 여기서 찾다니 세상 일은 참 아이러니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까치들은 떠난 모양이다 가끔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떼로 몰려와서는 지붕 위에서 투닥거리며 걸어다는 것 같더니 날이 맑으면 소나무나 밤나무 위로 날아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심하게 지나간다 나무 위에 앉은 까치들을 보면서 '베란다를 밟고 다니는 게 너니 너니'하면서 눈을 맞춰보지만 이내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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