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

by 김지숙 작가의 집

대봉감



내가 살고 있는 펜션 주위에는 감나무가 다섯 군데 정도 있다 모두 대봉감이고 탐스럽게 익어갔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첫 번째 감나무는 뒤편 베란다로 보이는 감나무로 뒷집 펜션에 자리 잡고 있고 우리 펜션 쪽으로 대봉감을 무겁게 달고 있는 가지들이 넘어와 있다 감나무 주인들의 인품을 전해 들은 바 있어 풍경 속 감나무로 여겼다 지난 태풍에 감이 몇 개 우리 펜션 마당에 떨어져 몇 날이 지나도 아무도 줍지 않았다 까치가 서너개는 족히 파먹는 모습을 봤다 아는 사람들은 그 감을 아무도 탐내지 않는다 까닥하다가 감 맛이 다 달아날 심한 욕설을 펜션 주인 남자의 입에서 듣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감나무는 펜션의 담장 밖 나라 땅에 자리 잡은 감나무이다 정말 감은 얼마나 많이 달았는지 감나무가 휘어져서 가지가 부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누런 감을 달고 있는 감나무를 4층 베란다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그런데 어느 날 주말이 지나면서 감나무의 가지가 반쯤 부러진 채 열댓 개만 남기고 감들이 모두 사라졌다

왜 다 따가지 않았을까 왠지 그 부러진 나뭇가지와 몇 개 안 남은 감들을 보면서 매우 바쁘게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길에서 식당으로 밥 먹으러 들어와서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다 보이니까

그렇지만 생판 남의 동네에 와서 감서리를 해가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조금 전 세탁기에 빨래를 넣느라고 뒷베란다로 가니 아침까지만 해도 남아 있던 감들이 하나도 없이 사라졌다 까치밥으로라도 한 개 정도는 남겨둘 것이지 섭섭하다 저 나무는 내년에도 감을 달 수 있을지 힘들어 보인다 누구의 소행인지 부러진 커다란 가지를 보면서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 번째 감나무는 우리 펜션 옆 귀퉁이에 풀덤불 속에 서 있는 작은 감나무이다 너무 어려서 아직은 열매를 제대로 달지 못하고 땅에 서너 개가 떨어져서 나뒹굴고 손 닿지 않는 곳에 서너 개를 달고 있다 다행히 풀숲에 가려져서 아무도 알지 못하기에 아직은 손을 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조금씩 익어가고 있고 숲이 깊어 아무도 들어가지 않아 감이 떨어진 채로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네 번째 감나무는 부채 길 공용주차장 옆 산소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시퍼런 감이 열린 것은 봤는데, 어느 날 아침 지나는 길에 감쪽 같이 다 사라졌다 에잉- 섭섭해라

다섯 번째는 매일 지나다니는 공사현장 담벼락 너머로 사람이 살지 않는 듯, 비어 있는 펜션에 자리 잡은 감나무들이다 알고보니 이곳이 할머니 혼자사는 집이다 이곳에는 제법 열 그루 정도가 있고 아직도 감들이 빼곡하다 사람들 손이 가장 많이 타는 곳이고 눈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다 주인은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은 아직 손을 대지 않고 있어 대봉감의 모습들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주인을 만나면 팔라고 말하고 싶지만 주인을 만날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지마켓으로 대봉감 10킬로를 사야겠다

대봉감을 단 감나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비슷한 동네에서 감나무의 서로 다른 처지들을 보면서 사람뿐 아니라 감나무도 가지 가지의 삶을 살아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