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자리한 집은 아랫동네 살다가 새로 집을 잘 지어 올해 초봄 무렵 이사를 왔다 몇 번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다지 살가운 사람은 아니었다 냉이며 달래 쑥 등을 캐다가 마트에 납품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 집에 눈길이 자주 머물기도 했다 어떤 날은 냉이가 마당에 한가득 어떤 날은 쑥이며 달래가 지천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나물을 캐냐고 했더니 얼버무리면서 말머리를 돌리던 기억이 있다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으러 지나는 길에 자주 눈길을 그 집 마당으로 보낸다 상추며 콩들이 제법 잘 자라고 있었다 지나는 길에 쳐다보면 날마다 물을 주고 잘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요 며칠은 작은 뒷마당 평상 위에 도토리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날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도토리들은 평상이 모자라 이제는 아예 마당에까지 멍석을 깔고 펼쳐 놓았다 아마도 매일 산에 가서 주워 오는 모양이었다 펼쳐놓은 도토리도 대략 눈대중으로 몇 가마니는 될 것 같다 저렇게 많이 주워서 뭐하려고 그러나 싶다가 언뜻 초봄에 나눈 말이 생각났다
<마트에 신토불이 코너에서 팔고 있다고 거기서 사라고....>
이 동네 사람들은 산에 잘 안 들어가는 것 같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도 험하다 산초입에 나뒹구는 썩은 밤이나 도토리는 특히 지천으로 늘려 있어도 아무도 따가지 않는다 밤은 크기가 작아서 손이 많이 가는 수준이라 엄두도 안 난다 도토리는 또 도토리대로 성가스럽다고 생각하니 그냥 두고 볼 뿐이다
지난겨울 배고픈 새끼 고라니가 펜션 앞을 서성이는 것을 본 적 있다 저 많은 도토리를 보면서 배고픈 새끼 고라니의 도토리 색을 닮은 맑은 눈동자가 생각났다
어지간히 줍지 끝도 없는 도토리 담은 포대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이 스쳤다
그래 저게 업이겠지 자신의 직업.
누구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자신이 짓는 업이겠지
정말 욕심은 끝이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