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천「애도 설산선생을 곡함」

시대정신의 힘

이 분로 이 원한

어데다 푼 단말슴

사십년 폭양도

녹이지 못한

설산을

이 강산 눈 나리는

시절아니 오니까

봄도 오기 전에

설산이 녹어 시단이

무슨 괴변이 오니까

설산이 서울에

녹여시면 이늬겨울에

또다시 설산이 되오리까

그리워라

설산의 산울님

들닐듯도 한건마는

이미녹은 설산

울임도 거젓인듯!

애석타

뿌리는 뜨거운

슬픈 눈물 설산에

봄비되어

푸른잔디 싹이나

찾어 볼가 하나이다.

-박순천「애도설산선생을 곡함」

시에 나타나는 지리적 공간은 시적 자아가 외부를 통해 경험과 기억을 도출한하는 매개가 된다 현장의 양상을 통해 시의 내면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고 당시의 정황을 포착하고 사물의 내면화로 내적 성찰과 시대적 상황의 고찰이 가능하다 이는 시대감각과 당대상황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현장과 그 순간의 상황의 진실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때로 부재를 애도한다 오이디푸스와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안티고네의 죽음은 금지된 애도에 대한 도전이 가진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애도는 때에 따라서는 체제와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지며 커다란 힘을 갖는다

박순천의 시 ｢애도 설산선생을 곡함｣<부인신보>(서울 1947.12.6.)에서는 설산선생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러한 실명을 거론한 애도시의 경우 추모의 정을 기술함에 있어 인물에 대한 객관적 주관적 찬양이나 찬사를 나타내며 나아가 인물이 가지는 객관성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포착된 이미지를 표현한있다(조병무) 개인이 처한 시대적 갈등과 배경에서 오는 고뇌와 인간적 갈등을 작품에 반영하여 실명자의 이미지를 처리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설산 선생의 죽음이 매개가 되어 푸른 잔디의 싹을 찾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는 이미 설산 설산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당대의 현실이 좀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이를 통해 우리 만족정신이 되살아나서 새나라를 재구성하는 무한한 긍정의 힘을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