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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튀김

by 김지숙 작가의 집

은어튀김



밀양 천태호로 가는 길목의 간판도 없는 작은 식당에 일행을 따라 들어갔다 노시인을 따라 우르르 들어서니 선 식당 안은 금세 꽉 찼다 간판도 없는 식당을 어떻게 식당인 줄 알고 들어가는 것인지 신기했지만 그곳은 오래 묵은 단골만이 알고 있는 곳이었고 손님도 아는 사람만 오기에 주인할머니는 새로운 사람이 오거나 말거나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식당이랄 것도 없이 식탁은 전깃줄을 감던 나무통을 눕혀 만들었고 의자는 너무 오래되어 비슷한 모양은 거의 없이 제각각으로 놓여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주문을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앉아 있으면 주인할머니가 주섬주섬 반찬들을 담아내 오는데 방금 무친 산나물과 잘 익은 김치 민물고기 살을 발라 만든 추어탕 은어튀김 같은 반찬들을 식탁 위에 얹어주었다

식당 안을 둘러보니 간판도 메뉴판도 없이 소주값만 덩그러니 쓰여 있었다 정말 이상한 식당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같은 돈을 주고 이렇게 허름하고 형편없는 장소에 왔을까 의아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한입 먹어본 산나물 맛에 반해서 그 생각이 쏙 들어갔다 연이어 나온 은어튀김을 먹어보고는 은어에 대한 기억들을 수정해야 했다

은어는 맑은 물에 사는 수박향이 나는 민물고기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산소에 다녀오는 길에면 은어회를 사 오곤 하셨다 아마도 당신의 어린 시절 은어는 귀한 음식이었고 즐기던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내게는 수박향과 물고기회의 낯선 조합이 정말 어색했고 귀한 거라는 아버지의 정성에 그저 그냥 의무감에서 먹었던 음식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무런 꾸밈없이 접시에 툭 던져 놓은 듯이 내어 오는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은어튀김을 한입 먹고 난 뒤로는 그간 내가 갖고 있던 은어에 대한 인식은 마치 은어가 던지는 복수혈전만큼이나 전혀 다른 입맛을 주었고 덕분에 나의 입안이 행복한 맛을 선물받았다 물론 뭐든 튀기면 다 맛있다고들 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튀김은 일품이었다

다 쓰러져 가는 식당에 들어가는 것이 내심 비위생적으로 여겨져서 싫었던 좀 전의 인식도 달라졌다 메뉴판이 없는 이유는 그때그때 반찬이 달라지고 자신들이 지은 농산물과 밀양강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만들어 먹는 반찬들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이름이 없는 것이었고 가격은 주변 식당의 정식 가격과 비슷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상한 식당에서 맛본 은어튀김은 거의 속이 다 비칠 듯이 속옷을 걸친 것처럼 밀가루 옷을 입지 않은 튀김이었다 오래된 손맛 간판 없어도 그 손맛이 좋아 익히 아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 특별하게 무심한 그 맛을 기억하고 찾아온다는 것을 이렇게 알고나니 몇가지 고정관념들이 스르르 무너져 내리고 다들 그래서 이렇게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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