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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노래

by 김지숙 작가의 집

댕기노래



아비 사랑 어미 정성 가득하고 하뭇한 띠댕기

꽃단장한 머릿결 따라 널을 띠네

담장 밖에서 발 돋우고 목 돋아보니

처자 얼굴 안 보이고 갑사댕기 나풀대고

분홍댕기 자락마다 사내마음 내려 얹고

따라가니 아려오는 안타까움

자꾸만 늘어나네

‘널뛰는 저 처자야 비단댕기 공단댕기

아낌없이 매 줄 테니 니캉내캉 살아보세’



댕기는 한자어로 취음하면 당지唐只이다 땋은 머리를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ㅏ용했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모두 이 댕기를 사용하였으며 출가하면 머리를 틀어 올려 비녀를 꽂았다 댕기는 용도에 따라서 댕기는 예장용禮裝用으로 떠구지댕기 매개댕기 도투락댕기 드림댕기가 있고 일반용으로는 제비부리댕기 어린이용 도투락댕기 쪽댕기가 있으며 궁녀용으로는 네 가닥댕기·두 가닥댕기 팥잎댕기 등이 있다

댕기노래는 부산 진안 남원 영동 등 우리나라의 어느 지방에서도 쉽게 접하는 민요이다 마을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고는 하나 근본적으로 댕기를 소재로 삼은 사랑의 감정 즉 정담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정담요에 속한다 일반적으로는 댕기를 두고 남녀 사이의 정분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지만 진안의 댕기노래 같은 경우에는 댕기를 소재로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는 서정민요이다 물론 위의 댕기노래는 댕기를 소재로 옛노래를 생각하며 본인이 지은 시이다

갑사댕기는 부모님 세대 혹은 할머니 세대의 연정의 연결고리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마을의 총각이나 혹을 마을로 놀러 온 이웃동네의 총각이 우연히 그네를 티면서 떨어진 댕기를 주워주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을 꿈꾸는 그런 사랑의 연결고리로 드라마에서 흔히 보게 되는 물건이다 근래에 종영된 드라마 '인연'에서 주인공 남궁민은 붉은 댕기를 가슴에 품고 있는 것만 봐도 고전의 소재에 댕기는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또 춘향전에서는 방자와 이도령이 둘 다 댕기머리라 서로의 연배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댕기는 장가 안 간 총각을 의미한다

댕기노래에서 댕기는 부모님이 사주신 댕기를 매고 널뛰기를 하는 처녀를 보고 담장 밖의 총각들이 가슴 설레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청사포에 사는 김재영 할머니가 부르는 부산의 구전정담요 댕기머리는 부모가 짝을 지어주는 세대를 살아온 여자가 겪는 간절함을 마음에 담았다 그나마 댕기에 인연을 걸어보지만 그나마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넋두리 같은 인연을 기대하는 노래이다

댕기는 종류도 다양하고 용도도 다양하다 그만큼 댕기에 담은 마음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옛 여인의 댕기는 그녀들이 품은 마음의 색깔만큼이나 곱고 화려하고 또 아름답기까지 하다 비록 우리는 그런 댕기를 묶고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폐쇄된 삶 속에서 누리고 싶은 화려함은 댕기의 색깔로 풀어보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할머니의 그 할머니의 댕기가 화려할수록 왠지 그 속에 담긴 구속의 의미는 더 크게 느껴지고 그 삶의 안쓰러움까지 와닿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참고로 구술자 김재영 할머니가 ( 부산 동래구 중2동 청사포에서) 전해받은 댕기노래 한편은 다음과 같다


형님댕기 궁초댕기 이내당기 호초댕기

놀러 가자 놀러 가자 객사등에 놀러 가자

잃었구나 잃었구나 이내당기 잃었구나

주웠구나 주웠구나 짐초동이 주웠구나

주운댕기 남을 줄까 태공 태공 강태공아

이 내당기 주려무나 알쏭달쏭 무자줌치

활사동당 끈을 달아 시부모캉 내부모캉

사돈 될 때 니를 주마 통솔큰솔 걸어놓고

살림 살 때 니를 주마 왼손으로 받아갖고

오른손에 띄어보니 울어머니 떠온 댕기

우리 올 캐 용심댕기 울오빠 웃음댕기

등잔불에 불사르고 석자수건 목에 걸고

자는 듯이 죽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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