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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구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장어구이




끓는 물에 된장 풀어 국을 끓이고

불판 위에 갖은양념 채소 함께 굽고 짚불에 통으로 구워

매끈둥 껍질 벗겨 바로 먹고

생껍질에 붉은 고추 마늘 더해 묵도 만들고

껍질로는 비싼 가죽 대신한 가방 만들고

전쟁 통 피란민들 배고픔을 가시게 한 곰장어

맑은 개천가 허름한 농막 성업하던 장어 전문 식당

디글디글 퉁퉁한 구운 장어 몸통

실파 고명 얹은 고소한 장어맛 끝에 돈다



장어는 이름처럼 몸이 가늘고 길이가 종류마다 다 다르지만 모든 장어들은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꼬리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바위틈이나 동굴 사이에 숨어 살거나 모래바닥을 기어 다니는 어둠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어를 먹어왔으며 주로 붕장어 갯장어 정도가 식용이다 장어는 구이 강정 회 초밥 탕 덮밥 등으로 먹거나 서양에서는 와인에 절여 샌드위치나 크림 등에 넣어서 먹기도 하고 훈제 절리 하여 먹는 등 다양한 요리밥이 있다

바닷가에 오래 살다 보면 한번 먹어 본 사람들이 장어의 맛에 빠져 이후로 계속 먹어 장어에 대한 매력은 점점 커지고 이에 장어의 어획량이 줄어들어 갈수록 먹기가 힘든 어종이 되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잊히지 않는 장어구이는 지금의 자갈치 시장이 아니라 신축이 들어서기 이전 방파제 옆 해안가를 따라서 천막으로 지어놓은 장어구이집에서 먹어 본 장어구이의 맛이다 여늬 때처럼 시험기간이 끝나고 동아리 아이들이랑 먹었던 청춘 시절의 장어구이 맛의 기억은 지금도 따라 올 수가 없다 음식이란 맛뿐 아니라 추억이 범벅되어 있어야 제맛인가 보다 그 당시의 친구들이 누구였는지는 기억에 없고 대강의 누구였으리라는 기억은 있지만 연탄불에 양념한 장어구이 맛은 잊히지 않는다

요즘은 그런 정서를 찾을 수도 없고 장소도 사라지고 깔끔한 커다란 시장 안으로 흡수되어 이전의 기억에만 있다 장어의 그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버지께서도 가끔 낚시를 하셨는데 낚시바구니에 장어가 들어있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우리 집에서도 장어구이를 해 먹었다 솜씨가 좋은 엄마의 요리법은 고추장에 된장을 아주 조금 넣고는 마늘 조청청을 넣고 흐르는 듯한 농도를 만들어 놓고는 잘 손질된 장어를 석쇠에 굽기 시작한다

초벌구이를 하고 나면 솔로 양념을 바른 장어를 불을 낮춰서 다시 이쪽저쪽으로 돌려가며 다시 굽고 최소한 서너 번은 구워야 맛있는 장어구이가 된다 우리 집 식탁에서도 장어구이는 식구들이 아주 좋아하는 요리였다 간혹 너무 작거나 뼈만 남은 장어는 장어탕으로 삼계탕처럼 푹 고아서 살만 체에 걸러 각종 야채를 넣어서 추어탕처럼 끓이기도 했다

장어는 비린내가 적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종이다 하지만 기름기가 유독 많아서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도 하고 낚시꾼들은 이 장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번 낚싯바늘에 걸리면 온몸에 낚싯줄을 감아 버리기 때문에 골치 아픈 어종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이를 좋아하는 경우에는 일부러 이들을 전문으로 잡기 위해 밤에 낚시하러 가기도 한다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여전히 장어에 대한 매력은 여전하다 장어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음식재료로서의 장어에 대한 추억은 곳곳에 서려있다 그리고 그 장어를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오래된 청춘시절의 친구를 만나 이야기 하면 가장 잘 통하는 음식이야기로는 고갈비나 장어구이에 대한 추억이 아닐까 그래서 어느 곳에 살았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았는지를 보면 그 사람들의 추억이 더 잘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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