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미조개
낙동강 하구 명지에만 사는
갈매기 부리 닮은 갈미조개
보릿고개 주린 배 채우던
탱글탱글 해방조개
사니질 갯벌 고운 모래바닥 파고드는
황갈색 방사상 띠 두른 봄 조개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짠득짠득 씹히는 연분홍 속살
단맛 나고 산뜻하고 담백한 맛
입안에 오래 머문 갈미조개
갈미조개는 겨울이면 생각난다 낙동강하구 바닥에서 주로 채취한다 생긴 모양이 갈매기의 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조개들 보다 연분홍 속살이 주는 극강의 쫄깃함을 자랑하여 씹는 맛도 달고 담백한 바다향이 짙어 부산사람들 사이에는 꽤 유명한 조개이다
이 조개는 명지에서 난다고 하여 명지조개 명주조개 개량조개라고도 하고 해방기에 굶주린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 사연으로 해방조개라고도 하고 바보처럼 발을 쭉 내밀어 잘 닫지 못한다고 해서 바보조개로도 불린다 주로 모래나 진흙이 섞인 바닥에서 채취한다
갈미조개는 갈미조개잡이용 그물형망으로 채취한다 주로 명지 백합도 인근에서 조업하며 수심 5m까지 형망을 내리고 바닥을 끌는 형태로 잡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갈미조개가 사라지고 있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하구언 설치와 강물의 오염으로 들 수 있다 한때는 지천으로 갈린 갈미조개가 이제는 쉽게 마날 수 있는 조개가 아니다 워낙 맑은 물을 좋아하는 특성상 낙동강의 오염원이 제거되지 않는 한 쉽게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1월-5월 사이에 먹으면 가장 맛이 좋다 이 갈미조개는 탕으로도 구이로도 삶아서도 먹는다 구이로 먹을 때에는 삼겹살과 짝을 이루기도 하여 갈삼구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이제는 부산에 살더라도 갈미조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먹을 수 있는 조개가 아니다 조개가 사는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른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쉽고 만만하게 잡히는 조개의 존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기원과 유사한 그 생명성을 자랑한다 패총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이 조개류이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사는 인간들에게는 쉽고 만만한 사냥감이고 먹이활동의 주류였던 조개의 존재에 대해서 점점 사라지는 갈미조개를 생각하면서 결국 인간의 먹이가 사는 환경을 결국 제 손으로 어지럽히고 사라지게 만드는 사람들의 생태에 대해 갈미조개의 불안한 생존을 보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