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장안 느티나무
문무왕 지나던 길에 심었거나
원효가 장안사 건립 때 심었거나
애장왕이 쉬었다는
오래 산 당산나무
오가는 이 바라보며
그림자 휘우듬 흔들흔들
물끄러미 마을사람에게
하잔 하잔 사는 법 일러주는
하장안 1300살 터주대감
하장안 느티나무는 천년을 훌쩍 넘기며 한 자리에 서 있는 고목이다 기장군 장안읍 하장안에 있는 터줏대감으로 장안사로 가는 길이면 보게 된다 위 시의 내영처럼 통일신라 때 원효가 척판암을 지을 무렵 문무왕이 이 길을 지나는 길에 심었다고도 하고 애장왕이 쉬어갔다고도 하고 전해져 내려온다
높이가 25m 둘레가 8m로 거대하고도 우람한 몸매를 자랑하는 이 나무의 그늘 또한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주변에는 연밭이 조성되었고 사람들은 연꽃이 필 무렵이면 연꽃도 볼 겸 느티나무도 만날 겸 발길을 이곳으로 향하기도 한다 하장안당산목으로 음력 정월 14일자정 음력 6월 14일자정 마을사람들이 주도하여 당산제를 지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 나무는 기장군 보호수로 지정된 바 있고 1999년 산림청으로부터 밀레니엄나무로 지정된다 또 천연기념물로 지정받기 위해 소정의 절차를 밟고 있다
하장안의 느티나무는 장안사를 갈 일이 있으면 자주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다 노거수에 대한 위엄은 가까이서 손끝으로 느껴야만 그 의미가 깊이 와닿기 때문이다 장안사는 부산이라고는 하지만 도심에서 멀고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이 일대는 단풍철이나 혹은 봄철 야생초 탐방을 할 때에 필수적으로 떠올리는 장소이기 때문에 느티나무를 볼 기회는 자주 있는 편이다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간 나무의 껍질눈은 느티나무가 오래되면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이다 이 나무를 대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피할 수도 없이 한자리에 앉아서 다 겪어낸 삶을 생각하게 된다 살아보니 삶이란 게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닌 것이고 떠난다고 따라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한자리에 앉아서 사방팔방으로 무방비 상태로 삶의 희로애락을 거름 없이 다 받아낸다는 것은 어지간한 뚝심이나 비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사람살이의 열 배 이상을 살아낸 지혜는 그래도 굳건하게 한자리를 지킨 것에 있지 않을까
하장안 느티나무를 만나면 그 아름다움에 그냥을 지나칠 수없어 차를 세우고 나무 앞에 서게 된다 얼마나 기특하고 대단한지 손이라도 잡고 싶어 휘어져 내린 탐스런 잎들을 쓰담 쓰담하게 된다 나뭇가지 틈사이에 더불어 함께 사는 너른 품을 가진 하장안 느티나무의 삶을 보며 환한 꽃을 피우는 젊고 자주 흔들리는 나무도 좋지만 오래 묵은 나무가 주는 묵직함이 주는 생의 향기는 경의로움과 경건함을 갖게 한다 기장군을 지나는 길이라면 굳이 시간을 내어 하장안크티나무를 만나는 일정을 접는 이유도 묵직한 삶의 기운을 닮고 싶어서이다 오래된 나무를 만나면 안도감 평온함에 한순간을 기대 보는 것은 삶이란 언제나 혼가 걷는 고독한 길이고 오래 묵은 나무는 그 길에서 만나는 좀 다른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