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떨어지는 소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오래전 창작 영재 수업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 수업시간에 학생이 한 얘기다 생각할수록 밥맛없는 이야기인데, 왜 이 이야기가 참신하고 재미있을까?


얘기인즉, 유명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를 사 먹었단다. 그런데 반쯤 먹고 나서 보니 바로 눈앞에 달팽이가 마요네즈를 덮어쓰고, 기어 나오더라는 얘기다. 아르바이트생한테 말했더니 농약을 안치는 친환경 야채를 써서 그렇다고 더 가관인 것은 몸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을 거라고 미안하다면서 햄버거 하나와 아이스크림을 주더란다. 그 아이는 아이스크림 위에 돌돌 말린 초코가 달팽이 같아서 한입 베어 먹고는 던져버리고 나왔단다.

또 다른 아이의 엽기 버전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몇 년 전에 쌀을 샀는데, 포장을 열어보니, 쥐 한 마리가 질식해 죽어있더란다. 그래서 쌀가게로 가져가서 따졌더니 쌀 다섯 가마를 주면서 입 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더란다.

그 아이는 또 최근에 겪었던 예로는, 학교급식시간에 밥에서 애벌레가 나왔단다. 번데기와 다른 구더기 종류였다고.... 그런데 식당 아주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구더기를 건져 쓰레기통에 넣더란다.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지니 생각나는 얘기가 하나 있다. 어느 절에 갔는데, 마침 큰 절에 다니러 온 어느 암자에서 온 스님의 시래기 국그릇에서 쥐 한 마리가 통째로 담겨 나왔다고. 그런데 그 스님은 아무 말도 않고 국한 사발 옆에 쥐를 건져내고는 말없이 밥을 국그릇에 다 붓고는 식사를 맛있게 하고는 쥐를 국그릇 옆에 잘 두고 조용히 그 절을 나가더란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그 국을 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 없었다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서로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먹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15,6년 전쯤인가 보다 바퀴벌레와의 전쟁을 벌이던 우리 아파트에서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이웃의 또래 엄마들끼리 커피타임을 가졌다. 그런데 커피를 잘 마시고 잔을 비울 즈음 한 엄마가 입에 뭐가 씹힌다면서 “이게 뭐야” 하면서 목에 뭐가 걸리는지 퀙퀙대며 입에 씹히는 물건을 식탁 위에 얹었다. 자세히 보니 바퀴벌레들이었다.

알고 보니 바퀴가 커피 메이트 안에다 바퀴벌레가 알을 잔뜩 깔린 줄 모르고 우리는 커피를 맛있게 마셨다. 바퀴 우린 커피를 마신 나는 생각할수록 난 속이 울렁거렸는데, 정작 커피와 함께 새끼 바퀴를 통째로 마신 엄마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하면서 찻잔에서 손가락으로 바퀴 새끼를 건져내고는 계속해서 끝까지 다 마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해보면 그 아주머니의 비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여자 해병대를 연상케 하는 씩씩함 같은....


그 얘기를 전하자 우리 애들이 말한다. “엄마는 똥도 먹었잖아.” 그러고 보니 내 작은 아이가 어릴 적에 염소똥 같은 된똥을 곧잘 기저귀 틈으로 흘리곤 했다. 그날은 큰애가 초코 땅콩을 먹다 소파 위에 가득 어질러 놓았고, 별생각 없이 소파 위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두고 잠깐 자리를 뜬 나는 똥인지 초코인지 모르고 손에 잡히는 초코 알을 입에 물었다. 시간적으로도 해거름이었기 때문이기도 불을 켜기도 어중쭝간 시간이어서 판단이 잘 안 됐을 수도 있다. 입에 씹히는 맛이 쌉쌀한 게 불쾌했다. 그래서 기저귀를 열어보니 초코 알 같은 똥들이 가득했다. 두고두고 잊히지 않았다.

오늘 만난 조카는 락스 물인 줄 모르고 생수병에 든 락스 물로 라면을 끓였다가 먹으려고 뚜껑을 열면서 락스 물인 줄 알게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사소한 부주의가 부르는 음식문화의 양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숨어있다.


살다 보면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많다. 아이 말로는 사람이 일생동안 모르고 먹는 벌레의 수는 170마리 정도란다.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 수가 훨씬 웃돈단다.

왠지 오늘부터 밥맛이 없어서 날씬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민하기로 소문난 나지만 밥때를 놓쳐서인지 이런 엽기적인 이야기들도 한 겹 방어막을 거쳐 나오는 소리처럼 지금은 둔탁하게 들린다. 지금은 무척 배가 고프다. 벌레가 기어 나오는 햄버거가 아니라, 따뜻한 밥에 갓 담근 햇김치를 얹어 한 입 크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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