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매차-김지숙
아무리 추워도
곁을 내어주지 않던 네게서
오늘은 초록 향기가 난다
내 입술에 내려앉은 너로 하여
내 가슴이 다젖는다
혀 끝에 감도는
달큰하고 은은한 몽환
눈 내리는 날 다시 만난 너는
이미 내가 알아온 네가 아니다
외로운 다산의
어두운 삶을 걷어내고
그가 걷던 길에서 만난 맑은 약천
어느새 가슴 깊이 들어와
나의 숨소리까지 세는
너는 드문 기쁨이다
고요히 순백의 평온으로
다조 앞에 선 너는
육화 혼으로 떨리는
내 가슴 속에 있다
넌 나이고 난 너인
보이고 들리는 일체의 무념
찻잔 속에서 되살아나는
어린 꽃잎들
모진 세상살이 끝내고
고결함을 전하는 신명난
너의 신고식
https://www.youtube.com/@%EC%BC%80%EC%9D%B4-g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