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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 할머니

by 김지숙 작가의 집

https://www.youtube.com/shorts/7CkrxnLiVlQ?feature=share

고씨 할머니-김지숙


삼대독자 외아들 잘 되라고

성모암 고수레 전에서 새벽마다 기도하던

고씨 할머니

쌀 한 그릇 올리고 귀 어둡도록 입이 마르도록

고술해 고수레 고수레 고시래

80 평생 그 그릇 비운 적 없다.

나 죽으면 쌀알 입속 가득 채워 다오

젊어서 배를 많이 곯아서

저승 가는 길에 배곯기 싫다던 고씨 할머니.

요즘 밥 굶는 사람 어디 있겠냐...

말을 흐리더니

고두로 담은 하얀 쌀밥 그릇 같은

흰머리 곱게 단장하고 저승길 나선다.

세상의 모든 쌀 다 가져다 밤낮으로

밥을 지어 쌀밥 융단을 깔아드릴게요

할머니 저승길은 대낮보다 환한가요


사진제공 성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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