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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 할머니-김지숙
삼대독자 외아들 잘 되라고
성모암 고수레 전에서 새벽마다 기도하던
고씨 할머니
쌀 한 그릇 올리고 귀 어둡도록 입이 마르도록
고술해 고수레 고수레 고시래
80 평생 그 그릇 비운 적 없다.
나 죽으면 쌀알 입속 가득 채워 다오
젊어서 배를 많이 곯아서
저승 가는 길에 배곯기 싫다던 고씨 할머니.
요즘 밥 굶는 사람 어디 있겠냐...
말을 흐리더니
고두로 담은 하얀 쌀밥 그릇 같은
흰머리 곱게 단장하고 저승길 나선다.
세상의 모든 쌀 다 가져다 밤낮으로
밥을 지어 쌀밥 융단을 깔아드릴게요
할머니 저승길은 대낮보다 환한가요
사진제공 성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