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by 김지숙 작가의 집

피겨스케이팅


얼음 위에서 음악에 맞춰 발레를 하는 듯한 피겨스케이팅은 얼음 위에서 움직이는 꽃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내가 겨울이면 가장 즐겨보는 스포츠다 물론 그 발단은 김연아를 빼놓을 수 없다 불모지에서 일구어낸 빼어난 그의 노력과 업적을 잊지 못한다

그의 광팬이었던 나는 요즈음 그 관심이 김예림 이해인 유영 임은수 주니어 선수로 신지아 윤아선 김채연 위서영 권민솔 김유재 등으로 향했다 이 선수들이 가진 능력과 잘 갖추어진 외모에 표현력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고 자랑스럽다 스핀 토점프 루프 점프 트리플 악셀 등의 동작 하나하나가 유연하고 빼어나고 섬세한 몸짓들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날이 쌀쌀한 요즘은 피겨스케이팅 시즌이라 유튜브 피겨스케이팅 삼매경에 빠져있다


피겨스케이팅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나는 나의 추억 속으로 들어간다 여중 1 때 율동 시간이 있었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율동을 했던 것 같다 처음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달라진 교과목 시간이지만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체육시간의 피구나 달리기 양궁만큼 신나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깐깐하고 무섭기로 소문난 율동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그만 율동 선생님의 눈에 들고 말았다 점지된 것이었다 난 정말 싫었다 그 당시만 해도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것이 성공적인 삶의 길이라 강요받던 시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왠지 낯설게 다가오는 발레 동작은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율동 시간마다 선생님은 나를 눈여겨 지적하셨고 나는 그 시간만 되면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금 나의 키는 중1 때 키에서 거의 자라지 않았고 당시 지독한 말라깽이였던 내게 격한 관심을 가진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내 외모가 발레 하기에 가장 적절하다며 발레를 권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발레 동작들이 어렵기는 왜 그리 어려운지. 그 선생님은 발레슈즈를 신고 몇 가지 동작을 내 앞에서 보여주곤 했다 내가 그 동작을 보고 발레가 어떤 과목인지 관심을 갖기 바라셨던 모양이다

당시에 나는 이미 윤동주에 빠지기 시작했고 시인이나 식물학자가 되려는 꿈이 있었고 꽃과 시와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발레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가르쳐 준 그 동작 하나하나에는 그다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매몰차게 내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들이 지속되었다

내 딴에는 일 년 동안 시달리던 율동 시간과 따로 불러 발레를 해보자고 달래던 그 시간들이 싫어 양호실을 들락거리던 나는 전혀 발전이 없고 다행히 내가 2학년이 되면서 나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가진 후배가 들어오지 선생님은 스스로 나를 포기하고 그 아이에게로 관심을 옮겨갔다 마침 율동 시간도 2학년이 되자 교과목에서 사라졌다 그때는 정말 더 율동을 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런 기억들이 피겨스케이팅을 보면 늘 스치고 지나간다 지금이야 나도 발레가 아니라 피겨스케이팅을 하면 재미있게 할 수는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스피드감 속에 드러나는 동작의 아름다움에서 오는 다양성을 표출하는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하나 보다

피겨스케이팅을 보면 나는 늘 그 시절 생각이 나고 그때의 율동 선생님 마음이 떠올라 미안하다 물론 좀 더 열심히 했더라도 나는 그 길로 절대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시를 쓰고 글을 쓰고 야생초를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조용한 삶으로 향해 걸었으리라 그렇긴 하더라도 조금만이라도 아니 한순간만이라도 선생님의 나를 생각하던 그 마음에 성의를 보였더라면 지금은 훨씬 덜 미안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제는 양심고백을 다했으니 더이상 선생님에 대한 미안함이 없이 이번 시즌부터는 피겨스케이팅을 즐기고자 한다

keyword
이전 09화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