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강가의 수양버들 키우는데
뿌리는 온 힘으로 물을 끌어들여
각을 세운다
꽃잎 하나 피우는데
나뭇잎은 온몸이 다 피에 젖는다
나룻배 한 척 강을 건너는데도
수만 번의 물결이 튀어 올라 물길을 연다
나 태어나 살아가는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 시간들이
내 품에 다녀가고
질식하고 또다시 태어났을까
가끔 바다를 바라보면서 바다가 없을 때에는 툭 트인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멍상'에 빠지곤 한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바다 풍경을 가리는 창문에 붙어사는 거대한 저 거미는 도대체 뭘 먹기에 저렇게 빨리 자라는 거지 거미는 누가 키운 것일까 바람일까 벌레일까 햇살일까 처마 끝에서 비바람에도 흔들리며 점점 살이 오르는 저 거미는 스스로 커 온 걸까
나룻배가 그냥 물 위를 지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뱃사공의 수천번의 반복된 힘과 그 힘에 못 이겨 길을 내는 물살들의 공로와 물살을 일으켜 세우는 바람 자락 앞으로 가야 한다는 수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까지 온 힘을 다 합해서 배를 앞으로 가도록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지금의 나인 것이 무엇 때문이고 누구 덕분인가
태어나고 자라고 기억하고 추억하고 공부하고 관계하고 살아온 매 순간마다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의 정성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생각에 이른다.
밉든 곱든 나를 스쳐간 사람이든 사물이든 지금 곁에 존재하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내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영향을 미치고 나를 있게 한 존재들에 대한 감사를 잊고 살았다 내가 이곳에 서 있기까지 수많은 손길과 마음과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그의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주변의 정성과 희생과 사랑 없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치 자신이 다 해 낸 것처럼 공과를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 또한 그러했다면서 '멍상'에서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