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구경
먼 산에 단풍 들어 단풍구경 가자 하니
뒷산에 오면 갑시다
뒷산에 단풍 들어 단풍놀이 가자 하니
뒷마당에 오면 갑시다
뒷마당에 단풍 들어 눈을 들어 그대 보니
어느새 온몸에 단풍 들었네
나이가 들면서 생을 사는 기회를 다시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전의 나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 살아온 일들을 생각하면 주눅 들고 마음 아프고 나보다 주변인에 대한 생각에 잠 못 들고, 내가 아니라 내 주변이 주인공이 되어 돌아가는 세상살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진즉에 했어야 했다
물론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다짐들은 많은 부분들에서 순간순간 내가 오롯이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 나도 모르게 타성에 이끌려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면 나는 의도적으로 반대로 결정한다 물론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고 이끌려 판단된 점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한다
나도 모르게 내가 생각하는 생의 기준은 서서히 바뀌리라.
어떻게?
나는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이 무진장 봄날이 되기를 바란다 그 마음을 담았다.
다시 단풍철이 되었다 살아오면서 정말 바쁘게 지냈다 뱅뱅 돌 정도의 삶 속에서 단풍 구경을 꿈도 꾸지 못했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들만큼이라도 살아내야 한다는 강박증이 늘 몰려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내 부모님께 나름의 괜찮은 노후를 책임져야 했고, 내 자식에게 모자라지 않는 성장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이 닥치면서 제대로 해 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생각을 하면 늘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결국 마음은 있어도 경제적 여유가 없었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힘들게 살아왔다
주눅이 든다는 것은 결국 그런 것이었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이 갈 수 있는 최고의 나쁜 길을 자신도 모르게 택하면서 살아왔다는 것. 귀에 피가 나도록 잔소리와 욕을 먹으며 때늦은 공부도 했고, 그 선택에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집어넣고 온 삶을 집중하여 수직 하강하면서 살아왔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 그것을 수많은 시간,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결국 그때 판단과 행동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었고 인생은 외길이며 그 늪에 빠져 허우적댈 때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 생에 온통 휘둘리며 진흙투성이가 되어 자신을 잃어버리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 그것인 온 생이라는 것
되돌아보면 지난날들에 대해 정말 많은 후회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 후회를 후회로 남겨두기보다는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반복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늦었지만 그렇게 판단했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 바닷물의 한정된 물의 양에서 밀물과 썰물만 보더라도 이를 한 생애에 담겨있는 기쁨과 슬픔 고통과 행복의 양에 견주어 모두 일정한 양이 정해져 있다고 하다고 생각한다면, 많이 밀려나면 많이 밀려오고 골이 깊으면 산이 높고 고통이 크면 뒤에 올 기쁨도 그만큼 크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위로하며 힘든 날들을 다가올 기쁨으로 채울 총량의 법칙을 믿으며 지내왔다
누군가가 말했다 자신의 목표치를 70ㅡ80 % 정도 달성했을 때 사람이 가장 겸손하고 온유해진다고 그래서 그게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 달성하게 되면 교만이라는 칼날이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서 하나씩 하나씩 튀어나와 자신이 다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자신이 튀게 만든 피로 자신을 더럽히고 자신이 더 아플 수 있다고. 그래서 목표 달성이나 초과 달성은 늘 기쁜 것만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여 전문성을 얻고 이상적인 된 사람은 상대의 사람 마음을 읽고 배려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성 있는 말들을 순간순간 쏟아내므로 그 사람들에게는 가까이할수록 배움 배려라는 향기가 온몸에 밴다고.
세상 살면서 그런 사람 만난 적도 없고 만나기가 쉽냐고 말하니 그러니까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라고 한다 그리고 운이 달라지면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그럼에도 옥석을 가리는 눈이 필요하다고
나도 다는 아니지만 어느 면에서는 이런 초과 달성을 기대하며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지금까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괜찮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불쑥불쑥 나타나서 손을 내민다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
사람다움을 가진 사람들이 옆에 와 있다는 것 가까이서 나를 지켜보고 내 생을 따뜻하게 불지펴준다는 것은 내 인생의 봄날이 이제는 왔다는 의미이다
남은 나의 생이 앞으로 늘 <무진장 봄날>이 되리라 믿는다 지겹도록 봄날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