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 셋

by 김지숙 작가의 집

붉은 잠



어디서 배웠을까

같은 듯 다른 색깔

납작 엎드려


가을 따라가겠다고

늦은 햇살에 취해

붉은 잠들었다



<붉은 잠>을 쓰게 된 동기는 지인이랑 야산으로 야생초 탐사를 다닐 적에 담쟁이를 만나고 나서이다 양산의 한 언덕배기로 나 있는 길을 걷는데 제법 나무가 우거졌다

그늘진 산 절개지에 자리 잡은 적송을 의지하여 부지런히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들었다

이맘때면 담쟁이도 물이 들기 시작해서 그 빛깔이 얼마나 고운지 모른다 햇빛을 많이 받은 부분은 붉다 못해 검은빛에 가까운 색들이다 더 이상 이 세상 빛깔이 아닌 듯 곧 어디론가 떠날 것 같은 얼굴이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면서 노을처럼 담쟁이도 노을빛을 품고 있어 어디론가 이미 떠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무엇이든 한 번은 저렇게 눈물이 나도록 고운 모습을 하는 때가 있나 보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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