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재기
조그만 아이들이
오종 종종 모였다
노오랑 베레모 쓰고
하나 둘 셋넷
너도 나도 긴 다리
쑤욱 내밀고 누구 키가
더 큰가 내기한다
<키재기>는 자주 가는 거제도의 어느 초등학교 폐교에서 적송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을 보면서 키대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지막이 소나무를 감으로 마치 잎들이 강강술래를 하는 듯 몸통 줄기를 둘러둘러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예쁘다 생각했다
폐교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어떤 때는 커다란 개들이 그 소나무에 묶여있기도 하고 다음에 가면 자동차들이 운동장 가득 주차를 해 놓기도 하는 쓸쓸한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담쟁이덩굴은 아이들처럼 잎을 내고 아이들처럼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렸다 마치 서로 잎들 끼리 키재기라도 하는 듯이 보였다
그곳에는 야생초를 키우다가 만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사과 매화 감나무 골담초 모란 작약 박하 셀 수도 없는 많은 종류들이 널브러진 채 힘없이 누워 있었다
내게 이 폐교만한 공간이 내게 있다면 정말 야생초들을 아이들만큼 잘 키워서 야생초 분교를 만들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꽃차도 꽃빵도 만들고 야생초도 만나면서 시도 쓰고 스케치도 하고 정말 이런저런 생각들로 담쟁이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