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독대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매화 독대



바라보고

기다리고


보내 놓고

기다리고


써놓고

기다리고


일처럼 기다린다

너를



한 때 매화를 정말 좋아했다 이른 봄날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가곤 했다 그래서 부산 경남 일대의 매화가 피는 곳은 다 들러 매화를 보고 나서야 한 해를 시작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곤 했다

막 피기 시작한 매화가 얼마나 예쁜지, 그리고 그 꽃차가 얼마나 신비스러운 맛인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지인의 집 마당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왔다 내가 매화를 좋아하는 줄 너무 잘 알아서인지 이맘때면 화신을 전해온다 매화나무 아래에 자리를 깔고 뜨거운 찻물을 준비해서 매화꽃차를 한두 알 찻잔에 넣고 물을 부으면 진한 매화향이 올라오고 그 맛을 음미하면서 조금씩 마신다 마셔보면 왜 매화차는 이렇게 이 자리에서 마셔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차맛이 황홀해서인지 무슨 연유인지 살짝 한 순간 몽롱하다 난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화꽃을 볼 때마다 다시 되살려 잘 기억한다 물론 도로가나 도심 가까운 곳에서 피는 매화꽃 차맛은 비슷했지만 차편이 뜸한 시골마당에서 자란 매화꽃차는 비교불가이다

그렇다고 꽃차 맛 때문에 매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매화는 내게 각별한 힘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면 매화를 보러 간 적이 꽤 많았었다 검고 오래된 나무들이 쏟아내는 꽃들을 보면서 엄동에 인고의 결과가 빚어낸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매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화신이 들려와도 일일이 찾아들진 않는다 거기 어디 매화는 지금쯤 이 정도로 피었을 것이라는 짐작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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