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 하나

by 김지숙 작가의 집

할머니 얼굴



할머니 얼굴은 담쟁이 얼굴

땡볕 아래 맨얼굴로 밭두렁을

엉금엉금

꼬부라져 펴지지 않는 허리로

온종일 기어 다닌다



<할머니 얼굴>은 실제로 내 할머니는 아니지만 자주 가는 낚시터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시골의 촌부를 대상으로 삼았다 이 할머니는 자식들을 모두 대처로 내 보내고 혼자 살고 있다

거의 90도로 고부라진 키로 경사진 언덕을 올라서 그것도 축대를 쌓은 높은 땅에 아주 작은 밭을 일구어 낸 양파며 고구마를 들고 집으로 가는 것도 힘들어한다

낚시 주변에서 얼쩡대던 나를 불러 도와달라 한다. 엉겁결에 나는 잘 몰 줄도 모르는 할머니의 손수레를 밀고 할머니 집으로 양파 고구마를 가져다준 적이 꽤 여러 번이 있다

'할머니 제가 안 보이면 누구한테 도와 달라고 얘기하세요' 그리고 이제는 이런 안 하셔야 될 것 같아요 굴러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말하니 딸 같은 소리 한다면서 시끄럽다면서 수레나 끌고 가잖다 이웃 사람들은 자기 일도 힘들다고 외면하니 자연 지나가는 낚시꾼들한테 종종 부탁한다고 말했다

허리가 구부러져 머리가 땅에 닿을 듯 꼬부라져서 걷기도 힘들어 보였는데, 온종일 작은 밭을 가꾸고 또 가꾸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별반 할 일도 없는데 할머니는 거기에 머리를 박고 돌을 줍거나 풀을 뽑기도 하면서 소일거리를 한다

집에 가보니 집이 최소 서너 채는 됐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집을 하나둘씩 사모아서 이 집 저 집 마당에다 고추도 심고 상추도 심고 호박 가지 오이 등을 심어 낚시터 주변의 작은 땅은 농사짓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가겠다 싶었는데 옛날 생각만 하고 일을 계속하는 것 같았다

정말 안쓰러운 마음 반, 대단하다 여기는 마음 반이 시에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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