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이밥

by 김지숙 작가의 집

청이밥



산을 오르는 심봉사

어린 심청 밥 동냥 나간 사이

눈먼 아비 눈뜰 욕심으로

공양미 삼백석 시주 약속한다

(엇모리장단)

'정녕 아비 눈이 밝아진다면

기꺼이 인당수의 제물 될게요'

(진양조장단)

몸값으로 받은 쌀가마

소달구지에 싣고 산을 오르는 철없는 아비.

그 아비의 밥이 된 딸



심청전을 읽으면 늘 마음이 아프다 효성이 지극한 딸의 전형으로 전래되어 효심을 기르는 표본으로 쓰였지만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동화, 우러나는 효가 아니라 강요하는 효를 담은 글을 읽히고 싶지 않다

인당수에 팔려가는 심청의 마음을 어땠을까 딸을 팔아서라도 눈을 뜨고 싶은 아비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 요즘 세상에는 이 내용이 비현실적이라 어떻게 아이들에게 비치고 와닿을까

각박한 세상일수록 밥그릇에 대한 투쟁은 치열하다 그렇다고 우리는 아예 밥 먹기 힘들었던 과거의 가난했던 세상을 각박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먹고살만하니까 더 가지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고 나누기를 잊으면서 세상은 각박해졌다 끊임없이 곁눈질을 하고 내 것이 남의 것보다 큰지 작은지에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하고 비교를 한다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 해도 힘들다

나보다 나은지 못한 지 끝없이 저울질하고 끝없이 비교하고 삶의 본질이 아니라 물질에 혈안이 되어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자신의 내면이 얼마나 삭막하여 곧 바스러질지는 안차 앞도 보지 못한 채 자신의 주머니와 타인의 통장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살아간다

지금 껏 나는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그들의 재산이나 잘살고 못사는 것에 무관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철없이 살아왔는지 알 것 같다 눈에 불을 켜고 기회를 잡으려고 하지 않아 주변을 둘러봐도 못 사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늘 물질적 부족에 시달린다 정말 내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부족하게 살고 있는 걸까

난 어떤 때는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더 가지기 위해서 오직 더 가지기 위해서 머릿속에는 오직 더 가지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면서 허기진 저들의 영혼과 만족을 모르는 욕심은 너무 충만한데 본인이 아니면 그 누가 그 허기를 채울 수 있을까 겁이 난다

노후의 빈곤이 가장 심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1인으로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이 크게 없는 세상에서 야단 법석을 떨면서 더 가지려고 머리를 굴리고 떼를 쓰고 남의 기회를 빼앗는 그렇게 미래 세대의 밥그릇을 송두리째 빼앗아 내 눈을 밝히는 심봉사처럼 욕심을 내면서 살다가고 싶지는 않다

그런 마음이 담긴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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