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할머니

by 김지숙 작가의 집

고씨 할머니



삼대독자 외아들 잘 되라고

성모암 고수레 전에서 새벽마다 기도하던

고씨 할머니

쌀 한 그릇 올리고 귀 어둡도록 입이 마르도록

고술해 고수레 고수레 고시래

80 평생 그 그릇 비운 적 없다.

나 죽으면 쌀알 입속 가득 채워 다오

젊어서 배를 많이 곯아서

저승 가는 길에 배곯기 싫다던 고씨 할머니.

요즘 밥 굶는 사람 어디 있겠냐...

뒷말 흐리더니

고두로 담은 하얀 쌀밥 그릇 같은

흰머리 곱게 단장하고 저승길 나선다.

세상의 모든 쌀 다 가져다 밤낮으로

밥을 지어 쌀밥 융단을 깔아드릴게요


할머니 저승길은 대낮보다 환한가요



고씨 할머니는 먼 친척뻘 된다 할머니는 일찍 남편을 잃고 유복자로 태어난 아들을 홀로 키워 서울로 보내고 자신은 평생을 고향땅을 떠나본 적이 없고 외아들을 위해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한다 우연히 시골 친척집에서 며칠 지내는 동안 기도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고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으로 들어갔고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아무 재산도 물려주지 못한 외아들에게 어떤 짐도 지우기 싫다면서 아들 내외와는 함께 살지 않고 시골에서 홀로 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사셨다

자기 땅이라고는 한 평 없는 시골에서 홀로 유복자를 키우고 서울 유학까지 보낸 그 정성을 말하지 않아도 어떤 지 짐작은 가지만 어떻게 그 고생을 일일이 알 수 있었을까

오래 만나지는 못했지만 오며 가며 들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남이 잠든 밤까지 불을 켜놓고 굴 껍데기를 까고 낮에는 남의 하우스에 가서 딸기 따고 깻잎 따며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 자식 뒷바라지한 할머니의 일생은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살아보니 알 것 같다 힘들 때 옆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 작은 격려라도 얼마나 달았을까 왜 할머니는 고생해서 키운 아들과 함께 살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이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이 시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너무 잘 아는 먼 친척 벌 되는 할머니의 일생이 마음 아파서 쓴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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