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담바라밥꽃

by 김지숙 작가의 집

우담바라밥꽃



아는 일에도 멈칫거리고

다 아는 나이에도 넘어지고

그 너머에도 길이 있다고 믿는다

다만

겹쳐져 보이지 않을 뿐이고

낯설어서 그런 것이라고


길은 닦을수록 반짝이고

넘어질수록 가까워진다고

멈칫해도 앞으로 가고 있다고


버석거리는 진실도 받아들이고

매끈한 거짓도 받아들이고

벌어졌다 붙으며 피나는 인연도

둥글게 아무는 상처에도

자리 잡은 부끄러움이

우담바라밥꽃으로 피는 것이라고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이 넘어진다 남의 말이나 남이 쳐 놓은 덫에 걸려 수시로 상처를 받고 어지간히 재수가 없으면 자기발에  자기말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있다고 믿기에 앞으로 나아간다 긍정하지 않으면 더 힘이 들고 더 많이 아프니까

생각해 보면 그 밑자리에는 언제나 밥이 있고 밥그릇 크기가 있었다 더 잘 먹기 위해 더 많이 갖기 위해 더 많이 누리기 위해 자신의 포장을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최적화된 삶의 방식을 찾아내고 그 방식대로 임의 포장을 해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이 믿는 그 방식에는 관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고 산다. 자신이 정한 규율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자기 합리화인지를 깨닫는 순간이 오면 그로 인해 생긴 상대의 상처가 되려 자신을 치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가식적이거나 팍팍하다 그래서 난 사람들을 읽는 게 겁이 날 지경이다 생긴 대로 사는 그대로의 민 얼굴을 보여주기에는 뭔가가 마땅찮고 날 것으로 다 내어 보여줄 수 없는 그 마음은 오죽할까

그래서 어떤 포장지를 선택해서 그 포장지 대로 보이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마음은, 마음대로 늙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같아 보인다 외모를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외모에, 가치를 먹고 살아가는 사람은 가치에 삶의 중심을 두고 허덕인다 이 시를 쓰면서 나는 사람들이 허덕이는 그 마음이 어떤 모습이든 그 속에서 결국은 자기 방식으로 자신의 밥을 만들고 밥이 생겨나고 밥꽃이 피우기 마련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 점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서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바로 밥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마음속에서 우담바라를 피우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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