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밥
오래 서 있으면 외롭다
달 앞에서 혼자 서 있으면 배가 고프다
지우려고 해도 더욱 커지는 적막 앞에서
더 오래 머물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등을 보인다
빛을 업은 등들이 한 자리에 꽁꽁 묶인다
순전히 달빛 때문이다
빛오라기마다 달꽃이 피고
삶을 흔들고 푸릇푸릇 볏길도 내었다
방치된 수수께끼들이 답을 던지는 순간
허무는 젖은 입안으로 더 깊이 멀리 달아난다
정월 대보름 먹는 비빔밥에는
달이 내어준 소원이 둥둥 떠있다
해가 뜨는 자리에 달이 지나가는 밤이 있다 오래 한 자리에 서거나 앉아서 그 달을 바라보기도 한다 정월 대보름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어왔다
정월은 일년의 시작이니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라는 선조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그래일까 나는 굳이 정월이 아니라도 보름달이 아니라도 우연히 달을 보는 날이면 눈으로 달에게 내 소원의 편지를 쓰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무수한 소원들이 무엇이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다 이루어졌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가고 여전히 달을 보면 친한 친구를 만난듯 반갑게 달에게 말을 건넨다
현재의 우리가 먹어 온 정월 대보름 비빔밥은 맨처음 이런저런 각양각색의 소원을 이루고 싶은 마음들을 한 그릇에 담아 먹는 신성한 의식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