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어서와 봄날』
방가지똥
산길을 오르다보니
맑은 개울에 발을 담근 채
신나게 나물 씻는 아주머니
‘고것이 뭐냐’ 하니 ‘엉겅퀴’란다
방가지똥’이라 일러줬더니
‘이게 풀인디 방아깨비똥일리 읍지유’한다
그래 그깟 이름이야 아무려면 어떠랴
방가지똥만큼 큰 그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데 엉덩이를 들썩대며
재미나게 나물을 씻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말하길 참 잘했다고
봄볕에 넌지시 말한다
사업장이 화명동에 있어서 점심 식사 후, 혼자서 대천천을 자주 걸었다. 대천천은 산성마을에서 화명 수목원계곡을 거쳐 내려오는 물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제법 긴 하천이다
이 하천은 정비사업을 통해 예전의 모습은 거의 다 사라지고 하천 주변의 오래된 집들은 간혹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운이 좋으면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있던 식물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 점이 내가 이 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루는 하천을 걷는데 멀리 건너편 넓적한 돌다리 위에서 커다란 대야를 놓고 무언가를 씼고 있는 아주머니를 봤다 무엇을 일까 싶어 가까이 가 보니 어디선가 캐 온 듯 풀을 씻고 있었고 흙탕물이 흘러내려갔다
그게 뭡니까 물으니 내게 가까이 오란다 이거 귀한거니 다른 사람 들으면 큰일난다고 가까이 가니 자신이 등산가는 길인 금정산 안에서 엉겅퀴를 캤다면서 이거 알면 잡혀 간다면서 그 장소를 열심히 내게 알려준다
<아니 이것은 엉겅퀴가 아니라 방가지똥인데>
속으로는 이미 아주머니의 생각을 읽었다. 엉겅퀴가 좋다는 말은 잘 들어 알고 있고 이렇게 많은 방가지똥을 엉겅퀴로 잘못 알고 캤는데 그 행복감에 얼굴은 상기되어 정말 행복해 보였다 말 해 줄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는 동안 충청도에서 시집 왔다는 아주머니는 자신이 시골 출신이라 풀을 잘 안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도 알려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거 방가지똥입니다 노란 꽃이 피네요 엉겅퀴는 보라색꽃이 피고 꽃대도 훨씬 단단하고 잎모양이 조금 달라요 효능도 꽤 다릅니다"
"방가지똥이요 그럴리가요"
"방가지똥도 정말 좋은 약초예요 간 위에 좋고 열을 내리고 피를 맑게 한다네요 효소 담그는데는 엉겅퀴나 방가지똥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아주 실망을 한 듯한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잘 한걸까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알려 주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자리를 나와 다시 대천천을 오르내리며 하천가에 여기저기 피어있는 방가지똥을 보면서 그리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되었을 법한데, 산입구까지 가서 뒤돌아보니 방가지똥을 캐러 간 아주머니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여전히 엉덩이를 들썩이며 신나게 나물 씻는 모습이다 안심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대천천계곡 : 부산 북구 화명2동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