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눈놀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어서와 봄』



뱀눈놀이



매봉산 천지에 벚꽃 날던 날,

뱀눈놀이를 했다

뱀눈으로 걷는 어지러움.

올려다보니 허공인지 구름인지

나무인지 하늘인지 알 수가 없다



숲지키미하는 친구를 따라가서 '뱀눈놀이'를 한 적이 있다 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세상일까 사실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뱀을 단 한번도 좋아한 적도 없고 그런 뱀의 눈으로 보는 세상도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생명체라면 매봉산 숲이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으로 바꾸어 뱀눈놀이를 해 보았다 그래서 숲지키미 친구가 시키는대로 쪼그리고 앉아서 하늘을 쳐다봤다 뱀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고 바라봤다 무서울 것 같았다

주변의 것들은 다들 너무 컸다 나무도 사람도 하늘도 산도 뱀의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의 모든 살아 움직이는 이 세상은 너무 크고 무서웠다 그래서 뱀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독을 품어대는 것은 아닐까 개도 자기가 무서워서 짓고 뱀도 독을 가진 대부분의 짐승들도 모두 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독을 품는 것은 아닐까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이 품은 독은 자연을 마저도 변화시킬 만큼 독하다는 뜻이다 그래 독하다는 말이 바로 독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일제 강점기를 살다간 시인들의 시에서 '독'을 본다 특히 김영랑의 시 <독을 차고>를 읽다보면 부정적인 현실과 타협 하지 않고 순수하게 살고 자하는 시인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사람이 독을 품으면 정말 뱀보다 더 무섭다 그래서 독한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독하지 않으면 살아 남지 못하였기에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하기도 했다

뱀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 크게 흔들리고 움직여서 무서웠다 독한 사람도 그래서 독하게 하고 산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무서워서 스스로 독해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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