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祭
장맛비 내리는 태종사 벼랑에
맑게 누운 수국
사발옷 파고드는 오한처럼 서늘하다
후드득 슬픈 소리
검붉은 잎 속에서 푸른 처연함
형형색색 수국 꽃 필 무렵
장맛비 송송송 꽃문 열고
제 몸의 한을 내보낸다
상처가 아프면
붉은 두 뺨
큰 눈망울에서 눈물 주르르 흘리는
이맘쯤 바쁜 듯 저 먼저 떠나간
붉은 수국 닮은 어릴 적 내 동무
한 때, 장마철이 시작되면 태종대 태종사 수국 보러 자주 갔었다. 다른 곳과 달리 벼랑에 피어있는 색이 다른 수국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적당히 해무에 가려진 꽃의 자태는 신비로움을 더했다
그 후로는한동안 해마다 갔었다 그러던 어느 해는 가뭄이 심해 장마도 수국도 해무도 볼품없는 날이 있었고 그 이후 가지 않았다
이 시는 맨 처음 태종사 수국을 보러 간 날 썼다.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난지는 이제 20년 세월이 훌쩍 넘은 것 같다 그렇게 아름다운 수국을 보면서 왜 그렇게 마음이 아팠는지 모르겠다.
일찍 딴 세상으로 간 절친이 생각났었다. 내가 대학 다닐 때 자기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여상을 나와 일찍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던 착한 친구였다. 미주알고주알 자기 회사생활을 털어놓고 나는 내 대학 이야기를 들려달고 조르던 철없던 시절
먼저 돈 번다고 꼬맹이적 함께 과자 먹고 우리집 과일나무 과일 따먹던 어릴 적 빚 갚는다며 만나기만 하면 자기가 돈을 내서 먹을 것 사 주던 친구
너무 일찍 부유한 짝을 만나 결혼해서 세계를 누비벼 살더니 어느 날 문득 만나자면서 <난 내가 평생 누릴 여유를 지금 누리며 산다>하며 활짝 웃던 그 친구가 건넨 팔찌 마지막으로 만난 식사 자리에는 수국 꽃이 우아한 레스토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