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오늘 시』
피맛길
모진 너를 따돌리려고
일부러 둘러가는 그 길을 걸었다
편한길 다 두고
차가운 길 골라 밟았다
차라리 대놓고 너를 만난 걸
아프면 얼마나 더 아프고
슬프면 얼마나 더 슬펐을까
비키고 외면하며
못난 길 걷다보니 황혼이다
뒷골목을 피맛길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 '물렀거라~ 길을 비켜라~' 하면 평민들이 고관을 위해 길을 터주고 엎드려 예를 표해야 했는데, 이를 피해 평민은 좁은 뒷골목으로 다녔고 말을 피해 다니는 길이라 하여 피마(避馬)길이 되었다 갑질을 피해 가는 길이다
이 시의 제목은 나의 당시 심정과 딱 맞아 떨어지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살다보면 정말 피맛길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싫고 힘들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서 있던 날들은 고관들이 다니는 길을 피하고 싶었다
그런 길들을 피해 다녔는데 지나고 보니 왜 그 때 좀더 당당하고 슬기롭게 그 순간들을 넘기지 못하고 당하고 피하고 지내왔던가에 대한 후회를 담았다 슬프더라도 현실에 직면하고 당하더라도 꼿꼿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그 이면의 의미들을 깨닫고 당당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사는데 너무 도사렸고 겁이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내가 주변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주눅 들어 산 것이었다 그게 나 자신에게 제일 화가 난다 왜 나는 당당하지 못했을까 내가 한 일도 아니고 나의 일도 아닌 것에 왜 가책을 느끼고 살았을까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마음을 버리고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내 마음대로 내 마음 내키는대로 온전히 나를 위해 그렇게 살리라 마음 먹었다
나를 위해서 지난 날의 아팠던 내 마음을 위해 가급적 위풍 당당하게 살아내야 한다
시에는 그런 각오와 의미들을 담았다 이젠 내 삶에 더이상 어떤 피맛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