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落墮낙타落墮하다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 『오늘 시詩』





낙타落墮낙타落墮하다



그 힘든 짐 지고

가시밭 인생길 어찌 왔나요


앞만 보고

그냥 왔어요


‘그냥’이라는 그 말에

등 굽은

그의 삶이 온통 녹아내린다




떨어질 낙 떨어질 탁으로 이루어진 이 시를 쓰게 된 이유는 거제도에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촌부의 입에서 나온 '그냥'이라는 말에 마음이 꽂혀서이다

고기가 안 잡히면 거제도 일주를 하는 날들도 있어서 일일이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동행이 낚시를 하는 동안 난 그 동네 방파제를 떠나 마을을 어스렁 거리고 돌아다니는데, 그 마을은 유난히 백등화를 대문간에 많이 올려 키웠다 그 집은 나무 상자를 만들어 딸기를 꽤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왜 딸기를 따지 않냐고 하니까 서울 사는 손주들이 오기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손주들이 딸기를 좋아해서 그냥 두는 거라고

내가 기웃대는 이유를 집을 사러 다닌다고 생각했는지 좋은 데가 있다면서 나를 자기 집이 아닌 자기 친척이 팔아달라고 내놓은 집으로 오라면서 손짓을 하기 따라갔더니 집에 대해 잘 설명을 하더니 와서 살아보란다 살아보고 마음에 들면 이 집을 사라고 한다 집안에 집기들도 그대로 있고 마당에 화분이며 꽃들도 잘 가꾸어 아주 깔끔한 집이었다 날 뭘 믿고 살아보라느냐 하니까 인상을 보니 그래도 될 것 같단다

아니 내가 그렇게? 믿을 만하게 생겼냐니까 그렇다면서 나처럼 생긴 사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예 둘은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퍼질고 앉았고, 그 아주마니는 이런저런 자기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혼자 살고 있고 오늘 처음 입을 뗀다고 마을에 사람이 많이 살지 않고 아픈 사람들은 요양원이나 자식들 있는 대도시로 가고 멀쩡한 사람들은 수산물 가공공장으로 가고 밭으로 품삮일 가고 자기처럼 어중간하게 아픈 사람은 집에 있는데, 몇 안 남은 사람은 찾아가야 얼굴을 본다고 했다

남편은 뱃일을 가서 청상에 과부 되어 자식 여섯 키우느라 한눈팔 여유도 없이 살았다고 했다 갑자기 마음이 안돼서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정말 보드라운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굴 껍데기 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힘들게 살아냈냐고 하니까

그냥 그냥 살다 보니 자식들 눈알 쳐다보니 차마 떨어져 죽지 못하고 살았다고 했다 한참을 더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 다녀온 이야기 무릎관절 수술 이야기 손주 자랑 등등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고 위장병으로 고생 중이라기에 마를 갈아서 계란 노른자를 섞어서 빈속에 드시라고 얘기했다 아무튼 많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자기가 태어나서 지금껏 사는 이 동네가 아랫동네보다 사람들이 온순하고 텃세가 없다면서 꼭 여기 살러 들어 오란다 만약 살게 되면 그렇게 할게요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니라면서 건강 챙기고 잘 지내시라며 헤어져 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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