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by 김지숙 작가의 집

해무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보니 해무가 소나무 숲을 타고 넘어 베란다까지 들어왔다. 바깥 베란다 문은 항상 조금 열어둔 터라 비가 내리면 빗물이, 해무가 끼면 해무가 자주 들어온다 오늘따라 해무가 짙다. 베란다로 향하는 문을 열자마자 비린내를 풍긴다 바닷가가 직선거리로는 가깝지만 산 위에 올라앉아 있어서 제법 먼데 비릿한 내를 풍기는 해무를 대하고 보니 나름 새롭고 신기하고 또 내가 정말 바닷가에 산다는 느낌이 훅 들어온다

반대편 산 쪽으로도 해무가 뭉실뭉실 몰려와서는 순식간에 주변의 집들이 사라진다 동해안의 특성이라고 해도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조금 겁이 난다 태백산맥으로부터 경사를 이르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6월부터 9월까지 자주 이 해무를 본다

기상청에서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확장으로 혹은 이류 해무로 혹은 저기압이 동해상으로 이동하여 생긴다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지만 해무를 맞는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다 달리 어떤 대책이 없다는 거다 기껏 마른 빨래도 해무가 지나가면 다시 눅눅해진다 온몸이 끈끈하다 기온이 올라가면 더 덥다 그나마 여름이 지나면 해무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해가 뜨면 곧 사라질 것 같더니 오전 나절 내내 뿌연 얼굴로 사라지지 않는다 6월 들어 처음으로 해무가 점점 밀려오는 모습은 낯설고 무서웠다

이러다가 바닷물이 한 번에 밀려올 것 같은 두려움도 생긴다 그런데 뭉실뭉실 자꾸만 집으로 밀려드는 해무는 하늘과 바다를 삼키고 어느새 펜션 앞 숲은 나뭇잎들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해무에 빠져 있다 나는 어떤 몽환에 빠져든다

'옛날 옛적' 에로 시작하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좋은 배경이 된다지만 몇 번에 걸쳐 해무를 보면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이게 된다 처음이 낯설지 계속해서 반복되면 무덤덤하다 사는 일인 것처럼 다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늘 맞는 해무처럼 그날이 그날인 삶을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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