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정원
대체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우체국에 간다 우체국에 가는 길은 멀어 늘 차를 타고 이동한다 10-15분 정도 거리에 있지만 자주 갈 일은 없다 친구에게 시집이나 꽃씨를 부치거나 현금 입출금이 필요한 경우가 전부인 셈이다.
시골 우체국이라 그런지 명절을 제하고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자연히 너무 친절하고 또 편하다 시골 체질로 변하나 보다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곳이 이제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
정동진 우체국 마당은 아담하니 참 예쁘다 애써 꾸몄다기보다는 그냥 수수하다 지금의 계절은 들어가는 양쪽 입구에 비비추가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다. 좀 더 들어가면 오가피나무가 낮은 키로 둘러쳐져 있고, 우체국 직원이 키우는 듯한 고추 모종 방울토마토 가지가 잘 자라고 있다.
맥문동도 여기서는 제법 좋은 자리를 잡고 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지만 이곳에 자라는 나무들은 건강미가 넘친다 달리 영양을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꽃들이 토실토실하다 여유 있는 우체국 사람처럼 나무도 꽃도 이들을 닮아 느긋하게 살아간다
얼마 전에 들렀더니 이곳에도 가을이 왔다 단풍이 들고 꽃들이 지고 씨만 남긴 채 바싹 말라 들고 있다 방울토마토도 따먹지 않고 그냥 가지에서 말라간다 오가피잎들도 파삭거린다 대추는 아무렇게나 떨어져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지만 어림없어 보인다
평화롭기만 하다 애써 열매를 줍지 않고 그냥 두는 것만으로도 여유롭다
정원있는 집을 갖고싶다. 원하는 꽃을 기르고 과실수를 심고 텃밭을 가꾸면서 심심찮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