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의연함에 대하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에세이『지난날이 내게 말했다』





의연함에 대하여





불현듯 내가 겪는 일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간다

<만약 다른 사람 누구이더라도 그들이 내게 그 사람에게처럼 모질고 잔인하게 대했을까>라는 생각들이 스치면서 갑질을 당한다는 것. 참 유치한 갑질에 대해 자기반성이라고는 없는 엄청난 치졸함에 대하여 다시 되새김질을 한다.

그래, 내 감정의 에너지를 상대의 판단과 말에 따라 휘둘리게 할 건 아니다 그것에 휘둘린다는 것은 나를 상대와 똑같은 수준으로 두는 것이라는 의미이고 나는 1도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영원히 내편이 되기로 했다 내가 의연하자 내가 의연해야 나에게 미안하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최소한 유치하고 배려 없고 의미없는 일에 갑질하는 그런 수준에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지나고 보면 자신들이 내게 한 일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짓인지 알면 부끄러울까 아니면 영원히 그 수준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반성조차 모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수준에서 살다가 떠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알바가 아니다

'의연함'은 상대에 대해 내가 반응하는 감정의 태도쯤이라고 할까

'의연한 나'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을 만큼 끄떡없는 나' '별것 아닌 것들이 흔들어 대도 전과 다름없는 나'에 대한 확신이 선다고 할까 상대를 얕잡아보는 교만함과는 결이 다른 나를 존중하는 의미이다

난 나에게 다가온 어떤 상황에 대해서 대체로 침착할 수 있었던 이유가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었을까 나는 어떻게 왜 의연함을 사랑하고 실천하고 싶은 걸까 난 어떤 일이든 닥치면 먼저 감정을 쏟아 내기보다는 먼저 처리를 하고 난 후에 심하게 아프거나 흔들거나 심하게 떨리는 편이었다 그건 여태 의연하기 보다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대체로 나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수준이 낮으면 자연스레 이 의연함은 생겨나서 더 이상 후속으로 뒤따라붙는 이런 감정들을 내게 들이지 않게 하고 나를 지키려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그 힘이 내공일지 모른다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어떤 상황에도 침착하고 의지가 결연하고 한결같고 안주하지 않으면서 무엇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자신을 만들어 가는 일 '의연한 나' 의연함을 잃는다면 한없이 유치하고 가볍고 부족하고 중심이 없이 흔들리고 부정적인 생각이 드나드는 뒤로 물러서는 유약함을 내어주게 된다

인생의 고수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의연함에서 온다고는 것을 잘 안다 상대가 아무리 소리 지르고 달려들어도 동요하지 않는 기성자의 싸움닭이 갖는 경지는 같은 것이 아닐까

'스스로 초연하고 뜻을 얻으면 담담하게 행동하는 마음' 의연하다는 말이 이 새벽 내 마음에서 매력적인 이유로 따라온 의미에 대한 해석이 될수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타샤튜더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