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지진





서로 다른 일상을 살면서

서로가 서로의 길을 흔들며

자신의 평온만을 꿈꾼다


생존. 그 길 위에 혼자 선

나는 더 자주 더 심하게 흔들린다



일반적으로 지진earthquake은 지진파가 지구 지각의 암석층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며 땅이 흔들리는 상태를 말한다 대체로 비슷한 지역의 사람들이 동일하게 그 흔들림을 느끼는 것으로 진앙지에서 멀수록 덜 느끼고 한계점을 넘어서면 느끼지 못하게 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온하게 살아가는 듯이 보여도 그것은 우리가 그 진앙지에서 멀리 있어 느끼지 못할 뿐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자신이 가진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이런 유의 지진 상태는 일어나고 그 흔들림을 느끼며 살아간다

아이들이 부모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은 지진을 느낄 때의 불안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자신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무너져 내리는 불안감과 비슷한 정도를 느낀다 그래서 극도의 불안 상태가 된다

설사 가족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윗선에서 싸움을 하게 되면 아랫사람들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심한 불안에 휩싸인다 때로는 스스로 어느 장소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하면서 같은 길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는 결정 장애를 겪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는 작은 일도 민감하지만 타인의 입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사실 살아가기 바쁜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극단적 이기심의 문제에 봉착하면 상대를 달리 생각하게 된다 어린아이일지라도 두 사람만 모여도 세상을 자기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나누는 법을 배운 대로 실천하려고 애써 노력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정말 이기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 물론 아닌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도 안다 간혹 지나치게 세상이 아직도 자기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말을 꺼내기가 싫어진다 백번 이해하고 또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게 생존과 결부된다면 지진을 맞서는 느낌과 뭐가 다를까 인생을 살면서 인생의 지진을 겪고 많이 흔들려 본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의 폭이 넓고 보다 더 타인이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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