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서와 봄』
민들레
따라갈 수 없어서
철길가에 눌러 앉아
내내 너를 기다린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들이 민들레 꽃밭이 되었다 쓰레기가 난무한 빈 밭에 아무도 가지 않는 길가에도 보이지 않는 산언저리에도 낮별처럼 꽃은 피고 꽃씨를 흩날린다
꽃씨는 돌 틈 사이에서 다시 피어나고 파란 하늘을 우러러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도 살아남아 철을 가리지 않고 피는 꽃이 살아서 풋풋하게 꽃을 피운다 추운 바람에 고개를 내밀까 말까 망설이다가 목을 움츠리고 땅에 몸을 딱 붙여서 살아남은 것도 신기한데 꽃까지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아름다운 모습이 바로 너인 것을 알게 된다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어릴 적 고향집을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을 데리고 나타나 그곳에 깊이 뿌리박고 살아남았다 따라가고 싶어도 너무 작아서 너무 어려서 만만치 않은 세월을 한자리에서 피고 지며 살아냈나 보다 말없이 깊어졌나 보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날아갈 수 없어서 수많은 씨앗들을 보내어 소식을 전하나 보다
둥글게 살다가고 싶어서 둥근 모습으로 씨앗을 뭉쳐서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가르치며 키우다가 어느새 다 자라면 가볍게 떠나보내는 어미의 마음이 된다 뒤돌아보는 법 없이 떠나는 모습들 속에서 다 자란 자신을 닮은 모습을 그리면서 훨훨 떠나보내는 어미의 마음이 된다 따라갈 수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