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그대 고운 모습 보려거든

맑은 물에 얼굴을 비추라

무작정 쓸쓸한 날

푸른 잎 무성한 산은

흐르는 물에 제 그림자를 씻는다


깊은 물에는 깊은 마음을

얕은 물에는 얕은 마음을 담지만

단단한 물에는

가장 먼저 깨어난 마음을 담는다


나무를 기르고 꽃을 피우고

구름이 흐르고 비가 내리며

조금씩 흘러든 그 자리에 서면

물처럼 낮은 그 마음을 닮는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비를 맞으면 아프다 하지만 가랑비를 맞는 것은 나쁘지 않다 태풍으로 비바람이 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수직으로 힘차게 내려꽂히는 장대비를 얼굴에 맞으면 아프다

비는 흘러내려 물이 되고 흘러내린 물은 막힘이 없이 흘러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간다 고여있는 물은 생명력이 없다 사람도 물처럼 고여 있으면 생기를 잃는다 개울을 지나고 웅덩이를 만나고 강을 바다를 만나면서 점점 품이 너른 사람이 되어간다

삶이라는게 참 우습다 어느 순간에는 그게 생의 전부인 것 같지만 지나고보면 어이없는 결론이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실소를 금치 못하는 일이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기쁨의 강에서 때로는 행복의 웅덩이에서 머물러 있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인생도 물과 같아서 쉼없이 흘러가야 건강한 삶이 되기 때문이다

얼음 같은 삶을 살기도 하고 평온한 호수를 닮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늘 제 본연의 모습을 지닌 물과 만난다 물이 깊거나 얕거나 상관 없이 흐르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깊이에 상관없이흘러가는 곳이 있다 결국 흘러 맑아지는 자리가 있다 그 자리가 바로 누구도 알 수 없는 자신만이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동시에 온전한 자신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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