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어디서부터 떠밀려 왔을까

신발 한짝을 저렇게 둥둥 물 위에 띄우고

잃어버린 한쪽은 어디에 벗어두었을까

뒤따르는 물에 밀려 한번도 돌아보지 못한 채

손 한번 다정스레 잡아보지 못하고

구불구불 산을 돌고 들을 돌아서

밤낮없이 보채는 물길에 따뜻한 손 내밀어

함께 건너자 하지만 그 말에 쫓겨 말끔히 젖는 물



강이 흐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던가 강은 소리내어 흐르지 않는다 아무리 뒤에서 강물이 빨리 가라고 밀어내도 아프다 싫다 군소리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달려 갈 뿐이다 사람들은 아무도 강이 빨리 흐르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누구도 강의 진심을 다 알기 때문이다 강물은 강물끼리 서로 손잡고 다정하게 흐르고 싶은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낙동강물을 따라 오래 길을 가면 바다에 이른다 강은 어디에 있건 바다에 이르는 목적지가 있다 그래서 앞서 흐르는 강물은 먼저 가려고 앞서가려고 다투지도 않는다 먼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목적지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가 닿기만 하면 된다

중간중간에 다른 물들이 들어와도 그렇거니 하며 다 받아들인다 사람들이 흐려놓아도 배를 띄워도 그렇거니 다 받아들인다 마을을 돌아가기도 하고 산을 품기도 하면서 갈대숲에 한눈도 팔고 새들도 키우면서 천천히 흐르고 싶은 마음을 애써 감춘다

사람의 마음도 흐르는 강물과 같다 종착지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다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써 종착지를 잊으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종착지를 생각하면서도 매순간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버리지 않는다 강이 물을 가르지 않고 다 받아들이는 것처럼 사람도 니편 내편 가르지 않고 함께 가야 하는데 사람은 강물과 달라서 너무 많이 나뉘고 가르고 색깔로 뭉친다

강은 제몸에 상처가 없다 남의 상처를 다 씻어주기 때문이다 남의 상처를 제 몸깊이 다 묻기 때문에 자신의 상처는 자연히 덮히고 사라진다 메마른 눈길도 촉촉하게 만드는 강의 힘이 부러운 적이 있다 강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힘든 날은 강가에 앉아 물을 바라보면서 강의 마음을 읽는다

제몸을 낮추어 낮은 곳으로 흘러들어 생명수가 되고 꽃을 기르고 밥을 만드는 물이 되는 강의 힘을 배운다 별 달 태양 사람 모두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강은 천천히 흘러 바다가 된다 바다가 되어 고래의 집을 찾아간다 강은 본래 고래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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