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고통이라고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생이 고통이라고



바닷물은

한결같이 짜다


꽃처럼 피었다가

꽃처럼 지는 인생


그 어느 인생도

잠깐인들 짜지 않을



욕심 없이 흐르는 강물은 짜지 않지만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바닷물은 한결같이 짜다 강물은 조용히 흐르기만 하는데 바다는 온갖 물이라는 물 그리고 키울 수 있는 생명체는 다 받아들이고 태어나게 하는 자궁 같은 존재이자 키워내는 요람이자 많은 것을 조화롭게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짤 수밖에 없다

인간 만사 공수거이다 많이 가졌다고 자랑할 것도 없다고 주눅 들 것도 없디고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여전히 세상의 잣대는 변함이 없다 오는 날은 알아도 가는 날은 모른 게 인생인데 잠시 잠깐 머물다가 가는 인생을 기쁜 마음으로 순간순간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살면서 꽃길만을 걷는 사람도 있고 소금밭을 헤집고 무거운 걸음을 걷는 이도 있다

바닷물의 맛을 짜야 하고 사탕수수대 맛은 달아야 하고 인생의 맛은 대체로 苦다 물론 간간이 섞여있는 기쁨도 행복도 즐거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은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낸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은 대체로 고통의 연속이다

'생이 고통'이라는 말이 말이 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우스울 수 있다 이는 행복하다는 의미이기에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재의 삶에서 고통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늘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기 때문에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그 고통은 따라오게 된다

자신이 그린 이상적인 삶을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거나 거의 없기 때문에 생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이 성립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설사 목표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루고 나면 왠지 모를 기쁨과 허탈을 맛보게 되고 다시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다시 고통의 삶을 자청한다

이런 경우의 고통은 긍정적인 고통에 해당될까 이 고통을 피하려고 사람들은 자연인의 삶을 선호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삶이란 원래 고통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살아간다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배부른 돼지보다야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말에서나 허무주의 철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생을 허무하게 살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더욱 잘 가꾸다 보면 오히려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지배하게 되고 그 과정이 마냥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스스로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갖는다는 점에서 고통을 나쁘게만 해석하려는 의미를 갖지 않으면 안 될까

삶의 과정에서 욕구를 추구하다 보면 언제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나타나고 욕구에서 벗어나서 무로 돌아가는 것은 열반으로 가는 것만큼 쉽지 않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삶이다 살아 있는 존재는 언제나 자신의 생명 안에 의지를 가지고 있고 그 의지를 실현하는 것으로 인간이 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운 것은 당연하고 그래서 생이 고통스럽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로 와닿는다

그래서 의지한 목표로 다가가면서 사람들은 옆길로 가거나 술도 마시거나 속 깊은 대화를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장소를 찾으면서 순간순간 생에서 오는 고통을 잊고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짜디짠 삶이라 할지라도 충만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고 그 고통이 산고처럼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세상을 한참 살고 난 뒤에야 깨닫게 된다 삶이 짜다는 말이 고통이라는 말이 모두가 나쁜 의미만 지니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생이 고통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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