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다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봄』



작다



사과씨 속에는 무수한 사과가

포도씨 속에도 무수한 포도가

들어 있다는 걸 알면서 버린다


한송이 꽃이 피고 나면

봄이 온다는 것을

나뭇잎 하나가 물 들면

가을이 온다는 것을

새 한마리가 지저귀면

날이 맑아 온다는 것을

이슬 한방울이 맺히면

밤이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린다


아무리 작은 것들도

저들이 하는 말은 작지 않다

아무리 귀 기우려도 들리지 않는

하늘은 가벼워도 온 세상을 덮는다



사람들은 크고 잘 생긴 것을 좋아한다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작고 못난 것을 챙기는 사람들고 있다 과일을 살 때 특히 좋고 큰 것을 두고 벌레먹고 못난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농약이 덜 갔겠지 농약이 덜 가서 덜 해롭겠지 하면서 혹은 약을 안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아니까 산다

아무리 작은 것들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공장에서 찍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큰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대체로 모두가 작고 그 작은 것이 예쁘다 희망도 처음에는 마음 속에서 작지만 점점 키워간다

옛날 어른들은 산모에게 말하기를 아이를 가졌을 때 작게 낳아 크게 키우라고들 한다 작아야 낳게 쉽고 쉽게 낳아야 고통이 적어 아이도 산모도 수월하니 하는 말이다

대채로 작은 것은 쉽게 잃어 버린다 작은 구멍에도 흘러나가는 게 있다 금전적인 면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작은 구멍을 통해서 흘러나간다 다잡지 않으면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사람 마음이다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으로도 나가는 것은 많이 있다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없다 보이지 않는 삶도 하늘의 귀퉁이도 감사도 갓 태어난 구름의 마음도 잘 보이지 않지만 귀하다

작은 것이 얼마나 귀여운지는 새끼고양이 아주 어린 강아쥐만 봐도 알 수 있다 갓태어난 어린 아기는 또 어떤가 세상에 있는 모든 어린 생명들은 정말 귀엽다 아무리 징그럼고 무서운 짐승일지라도 새끼들을 대체로 다 귀엽다 귀여울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생긴게 아닐까 처음부터 늙고 추한 모습으로 태어나고 시작해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사라진다면 어떨까 생존의 확률이 낮아졌을 것 같다

길고양이만해도 어린 모습이 귀엽고 안스러워 데려다가 키우기도 하고 귀여운 아기를 버리고 달아나려 해도 그 모습이 눈에 밟혀 자식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어미들도 적지 않으리라 아무리 하찮고 작은 것이라도 의미를 갖게 되면 크게 다가온다 아무리 큰 것이라도 의미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누구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조용히 작은 삶을 알뜰히 살아가고 싶다 살아가는 매순간 작은 세상에서 금빛 꿈을 키우며 어느덧 한 세상 잘 살아냈다는 자기 만족을 하면서 절망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으며 그러려니 하고 체념하면서 푸르게 펼쳐있는 세상을 친구삼아 새롭게 난 작은 길을 평온으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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