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봄』





모든 살아 숨 쉬는 것은

춤을 춘다


나무는 바람에 맞추고

빨래는 구름에 맞춰

깃발을 제 귀에 들리는

박자에 맞춰서 춤을 춘다


발을 맞추고 싶고

혼자 추고 싶지만

함께 추는 춤판에서

상대가 원하는 대로 추기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추기도 쉽지 않다


함께 연습할 시간도 없이

서로 뒤 엉기고 휘감겨

인생이라는 춤판에서는

서로의 발을 밟지 않기도 어렵다



춤을 출 줄 모른다 아니 좋아하지 않아서 아예 몸치이다 춤이라는 게 들리는 음악이 있으면 적당히 몸을 흔들기 시작하면서 가능한 게 아닐까 그런데 머릿속으로는 왈츠도 밸리도 재즈도 비보잉도 가능한데 몸은 결코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다고 춤을 구경하는 것도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피겨스케이팅이라든가 군악대의 춤이라든가 힘이 느껴지는 비보잉 같은 춤을 보는 것을 즐긴다 힘이 느껴지는 춤이 좋다 출 줄은 모르지만 합심해서 덩달아 마음으로 춤을 추게 된다

정신이 육체를 통해 표현하려는 의미들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서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동작 한 동작에서 느껴지는 의미들을 이해하는 것도 나름의 표현력에 좌우되기도 한다 우리 민족이 춤의 민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삼국시대이전 원시무용은 병기창兵器槍을 들고 둔 데서 시작되었거나 농사와 관련된 만물을 소생시키는 고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춤인 지모무持矛舞를 들기도 한다 제정일치 사회였던 만큼 부여의 영고제迎鼓祭 마한의 천군제天君祭를 무속무용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집단무용으로는 지금의 농악과 비슷한 마한 전의 탁무鐸舞를 들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예인들이 추는 춤을 조선시대에는 예술적인 춤에서 우리 전통의 춤의 맥락을 찾기도 하고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춤이 되었을 가능성을 추측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주가무에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 농경사회에서 시작된 만큼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 DNA를 이어받은 덕분에 다양한 춤사위를 보는 맛도 절로 난다 가냘픈 춤도 있고 위풍당당하거나 날카로운 춤 해학적인 탈춤 낙천적인 민속춤 신복神服을 입고 추는 무당춤 등 다양하고 신비로운 춤은 그 종류만 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알고 있는 춤의 종류를 눈으로 다 본 적은 없지만 과연 우리나라만큼 각 지역마다 각 계층마다 직업마다 시기마다 장소마다 상황마다 다른 다양한 춤의 종류를 가진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가끔은 궁금하다 인생이라는 춤판에서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은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며 춤을 추지만 어설프게 박자도 못 맞추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걸리적거리기만 하고 되려 천대받기 십상이다 태어나면서 가진 저마다의 DNA를 잘 개발하고 발전시켜 모두가 전문 춤꾼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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